위원장 후보 하마평만 무성, 尹정부 출범 한 달째 '감감무소식'
공정위 "용산만 바라보고 있다"…정책 방향·사건 등 업무 차질 우려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새 정부 철학을 담아 공정경제 관련 정책을 추진할 첫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 중 첫 공정위원장 지명이 가장 늦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위원장이 아직 직무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는 어려워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내각 구성이 대체로 마무리됐으나 초대 공정위원장은 아직 윤곽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여러 인물이 거론됐으나 무산된 분위기고 지금은 초기에 하마평에 올랐던 박해식 율촌 변호사, 김은미 법률사무소 선능 변호사 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원장 지명이 정부 출범 한 달 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인 김상조 위원장이 정부 출범(2017년 5월 10일) 일주일 만에 지명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김 전 위원장 지명은 대통령비서실장·국무조정실장을 제외하면 첫 장관급 인선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 이후 17일 만인 3월 14일 한만수 후보자가 지명됐다.
다만 당시 한 후보자가 탈세 의혹으로 같은 달 25일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낙마하면서 3월 30일 노대래 후보자가 다시 지명돼 4월 21일 취임했다.
공정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던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는 새 정부 출범부터 공정위원장 지명·취임까지 보름 넘게 걸린 적이 없다.
하마평만 무성한 가운데 사실상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공정위 내부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정위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정과제의 밑그림은 그려졌지만 앞으로 색을 덧입히는 작업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 철학에 맞게 공정거래·소비자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해줄 리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급 공무원도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상 유지를 하면서 용산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달 3일 윤수현 공정위 상임위원이 부위원장으로 내부 승진하면서 어느 정도 조직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윤석열 표 공정거래 정책이 본격화하려면 위원장 임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신봉삼 사무처장의 후임도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에나 정해질 전망이다. 국·과장급 인사도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스톱'됐다.
정부는 오는 16일 윤석열 정부 5년간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데, 새 수장을 맞지 못한 공정위로서는 이미 발표된 국정과제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과제를 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낮아진 공정위 위상이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조기에 발탁하면서 대기업에 편향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후임 조성욱 위원장도 플랫폼 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부담 완화와 자율 규제 등을 강조하고 있어 공정위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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