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소식통 인용 보도…"중독성 띠지 않는 수준까지 낮출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팔리는 담배의 니코틴 농도를 중독성을 띠지 않는 수준까지 낮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 사안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에 이같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니코틴은 그 자체로는 암이나 심장·폐 질환 등을 유발하지 않지만 중독성이 있어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타르 등 담배에 함유된 다른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미 보건당국은 자국에서 매년 48만명 이상이 이런 유해물질과 관련한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 바 있다.
담배의 니코틴 농도를 낮추기 위해선 담뱃잎의 비율을 조정하거나 별도의 가공을 거쳐 니코틴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기업은 유전자 조작으로 니코틴 함량이 통상 담뱃잎의 5%에 불과한 품종을 키워 담배를 만들고 있다.
다만, 담배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더라도 실제로 확정돼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담배 니코틴 농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제안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이를 확정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담배업계가 이를 거부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규제 시행까지는 수년 더 걸릴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초 취임 이후 흡연 억제를 위해 멘솔(박하향) 담배와 가향 담배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담배의 니코틴 농도를 규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이와 관련해 FDA는 4월 28일 멘솔 담배와 가향 시가류 판매 금지 방안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성인 인구의 12.5%에 해당하는 3천80만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영국과 캐나다 등 다른 서방 주요국도 담배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날 전 세계에서 최초로 담배 개비 하나하나에 건강 경고 문구를 인쇄하는 강력한 담배 규제안을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여론 수렴 후 내년 하반기부터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9일에는 영국 정부가 현재 18세인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매년 한살씩 높여 최종적으로는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담긴 정책권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잉글랜드 흡연율을 5% 미만으로 낮춰 사실상 무흡연 사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캐나다와 영국의 흡연 인구 비율은 각각 10%와 15% 수준으로 추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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