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대가 치른 디디추싱의 美상장…다시 원점으로

입력 2022-06-13 11:31  

70조원 대가 치른 디디추싱의 美상장…다시 원점으로
中당국 노골적 압박 속 뉴욕 상폐…'차이나 리스크' 또 각인
사업 회복 기대감…인터넷 안보 심사 종료 후 홍콩 상장 전망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작년 중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행사였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인 6월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이 44억 달러(약 5조6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기업공개(IPO)를 했다.
미국과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당장은 때가 아니라면서 미국 상장 자제 메시지를 보냈던 중국 당국은 대로했고, 곧바로 '응징'에 나섰다.
1년간 이어진 고강도 압박에 결국 디디추싱은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했다.
이 사이 시가총액이 70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거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시장에 다시 한번 '차이나 리스크'가 깊이 각인되는 사건이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거래를 끝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마지막 거래일 종가는 2.29달러로 상장 공모가(14달러)에서 83.64% 떨어진 가격이다. 시총은 상장일 680억달러(약 87조원)에서 111억달러(약 14조3천억원)로 569억달러(약 73조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사라진 셈이다.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디디추싱 주식은 13일부터 미국 장외 시장인 OTC에서 거래된다.
중국 공유차량 시장을 장악한 디디추싱의 기업가치 추락에는 상장 직후 본격화한 중국 당국의 고강도 압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강행하자 당국은 곧바로 이 회사를 상대로 전례 없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함과 동시에 심사가 끝날 때까지 다양한 앱 다운로드를 금지해 신규 고객 유입을 막아버렸다.
이 밖에도 반독점, 노동자 보호 등 각종 명분을 내걸고 디디추싱에 관한 전방위 규제를 가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상장 강행에 대한 징벌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90%를 넘던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급락했고 수익성은 급속히 악화했다.
지난해 디디추싱은 493억 위안(약 9조4천억원)의 손실을 냈는데 이는 2020년(106억 위안)의 거의 5배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 상장 직후 회원 100만명 이상의 중국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인터넷 기반 기업의 해외 상장 때 인터넷 보안 심사를 의무화함으로써 민감한 빅테이터를 보유한 기업의 해외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꿨다.
당국은 디디추싱의 향후 사업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드리운 인터넷 안보 심사 결과를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디디추싱에 미국 상장을 폐지하라는 강력한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했다.
디디추싱은 작년 12월 이사회에서 뉴욕 증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어 상장 폐지 안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6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2020년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갑작스러운 상장 중지 사건과 더불어 디디추싱의 상장폐지 사건은 세계 자본시장에 '차이나 리스크'를 각인시키는 사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공개 포럼에서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중국 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앤트그룹의 상장을 전격 취소하는 강수로 대응했다.
이 사건은 중국 당국이 당국의 권위에 도전할 정도로 힘을 갖게 된 자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길들이기에 나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실행 직전 상장이 중지된 앤트그룹 사태와 달리 이미 상장이 돼 수많은 세계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디디추싱 상장폐지가 실질적으로 시장에 끼친 충격이 더욱 컸다.
디디추싱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미국 증시 상장을 폐지하면서 이제 당국으로부터 '사면'을 받고 사업을 정상화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중국 당국으로서도 민감한 빅데이터 유출이라는 근본 우려 사항이 해소된 상황인데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자국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어서 디디추싱처럼 고용이 많은 대형 인터넷 기업이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상장폐지를 계기로 중국 당국이 이르면 곧 디디추싱 관련 앱 다운로드 금지를 풀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를 떠난 디디추싱은 인터넷 안보 심사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중국의 안방인 홍콩 증시로 재상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디추싱은 상장폐지 예고 공고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회복하고 나서 다른 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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