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홍콩 친중 매체 대공보의 창간 120주년을 축하하며 홍콩에서 '애국적 매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 진영 매체들이 잇따라 폐간한 가운데 홍콩에서 언론 통제가 더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열린 대공보 120주년 기념식에 보낸 축하 서한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공보는 홍콩과 모국 간 교류를 증진하고 홍콩 주민과 모국 간 더 긴밀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치하했다.
이어 "대공보가 애국적 전통을 이어가고 영향력을 확대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흔들림 없는 지속적인 이행의 더욱 찬란한 장을 써나가고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 실현에 더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념식에서 시 주석의 서한을 대독한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의 뤄후이닝 주임은 축사에서 "홍콩처럼 다원화한 사회에서 우리는 특히 진실을 수호하고 악을 물리치며 덕을 칭송하기 위해 국가와 홍콩을 사랑하는 매체와 언론 종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현지 공영방송 RTHK 등이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홍콩의 언론 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시 주석의 축하 서한과 뤄 주임의 연설은 정부나 모든 매체를 겨냥한 게 아니라 '애국적 매체'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며 "현재 홍콩의 사상적 영역에서 애국적 매체가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중, 반공 언론 세력이 억제된 후 중앙정부는 애국적 매체에 더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외국 언론의 보도가 편향될 경우 애국적 매체는 이에 맞서 싸울 투쟁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지난 1년간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입장신문, 시티즌뉴스, 팩트와이어 등 민주 진영 언론이 잇따라 폐간하면서 서방에서는 홍콩의 언론의 자유가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마저 국가보안법 위반 우려 속 26년 역사의 인권언론상(HRPA) 주관을 포기한 가운데,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달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순위 하락(68계단)을 보이며 148위를 기록했다.
RSF는 "홍콩의 순위 하락은 가장 큰 폭으로, 현지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법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공보는 중국 톈진에서 1902년 6월 17일 창간했다.
대공보는 또 다른 홍콩 친중 매체 문회보와 함께 2016년 대공문회 미디어그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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