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우크라 하르키우서 러시아군 집속탄 사용 증거 확보"

입력 2022-06-13 11:33  

앰네스티 "우크라 하르키우서 러시아군 집속탄 사용 증거 확보"
4∼5월 2주간 41건 사례 조사·160명 인터뷰
살포식 지뢰도 뿌려 민간 피해 키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국제조약상 금지된 집속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국제앰네스티는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하르키우에서 민간인 피해 상황을 기록한 '누구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제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앰네스티 조사단은 하르키우에서 4∼5월 2주간 최소 62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친 41건의 공습 사례를 조사하고 160명의 생존자와 유족, 목격자, 의사 등을 인터뷰했다.
조사단은 공습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 파편 같은 물적 증거와 다수의 디지털 자료도 수집하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군이 9N210/9N235 집속탄과 유도 기능이 없는 로켓 무기를 통해 살포식 지뢰를 뿌리면서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모두 국제조약상 금지 대상이 된 무기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새끼 폭탄 수백 개가 들어있어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다.
집속탄의 사용·생산·비축·이전을 금지하고 기존 집속탄의 폐기를 규정한 집속탄사용금지조약(오슬로 조약)이 2010년 발효되면서 사용이 금지됐다. 120여개국이 서명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살포식 지뢰는 건드리면 즉각 폭발하는 보통 지뢰와 달리 사전에 설정된 시간 간격에 따라 소형 지뢰가 발사되는 식으로 작동된다.
사람을 겨냥해 사용하는 대인지뢰는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 이후 금지돼왔다. 164개국이 서명했지만 여기에도 러시아나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제외됐다.

이날 영국 BBC도 하르키우 주거지역 내 5곳을 방문해 집속탄 사용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전문가 3명의 확인을 거쳐 현장에서 발견된 잔해물이 집속탄의 흔적이라고 확인했다.
폭발 현장을 목격한 주민 증언은 하나같이 집속탄이 사용됐다는 정황을 보여줬다.
주민 이반 리트비녠코 부부는 5살 딸과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던 중 집속탄 공격을 받았다.
남편 리트비녠코는 "갑자기 불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고 첫 번째 폭발음을 들었다"며 "이후 연쇄적인 폭발을 목격했고 여러 폭탄이 연이어 터졌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아내는 등과 가슴, 복부를 관통하는 파편에 맞아 중환자실에 2달간 입원해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사건 당시 인근 아파트 안에 있었던 주민 2명도 연속적인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도나텔라 로베라 국제앰네스티 상임위기대응고문은 "금지된 집속탄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민간인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재차 보여주는 징후"라며 "이처럼 끔찍한 공격을 가한 러시아군은 반드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은 전적인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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