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마라톤 회의' 성과 없어…勞 '여당 책임론'에 與 "사실무근"
시멘트·철강·석유화학·車 업계로 피해 확산…"장기화 땐 셧다운"
(세종·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유미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3일로 1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연장 및 확대 시행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물류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노정 대화 '평행선'…화물연대 '여당 책임론' 제기에 국민의힘 "사실무근"
화물연대는 지난 7일 0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통해 화물연대와 대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첫 대화를 시작한 이후 지난 주말·휴일까지 네 차례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양측은 직전 이틀간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접점 모색을 시도했으나 의견 접근에 실패했다.
화물연대는 합의 실패의 책임을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리며 총파업 지속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에서 제시한 대로 국민의힘, 화주단체를 포함해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에 합의했다"며 "그러나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는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질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국토부는 '국토부-화물연대' 간 공동성명서로 바꿔서 추진할 것을 요구했고,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합의를 번복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화물연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부인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실무 대화에서 논의된 것 중 하나로, 최종 합의가 된 사항은 아니다"며 "화물연대와 논의된 사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결국 대화가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역시 자당의 반대로 협상이 틀어졌다는 화물연대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여당이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부분은 사실무근이라 판단한다"고 답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 역시 "당에서 반대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연장에는 내부적으로 찬성하는 기류이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화주 간 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성 정책위의장은 "우리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다. 협상 당사자는 화물연대와 화주이고, 정부가 중재를 하는 것"이라며 "안전운임제 같은 경우 입법사항이니 (국회로) 넘어올 땐 우리가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전운임제가 결국 화물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에 가까운 거 아니겠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열어놓고 계속 논의해야 된다"며 "일몰제 폐지를 하면 사실 영구입법화되는 것이라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가 표면적으로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무 대화에서는 일부 사안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화물연대는 애초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전종목·전차종 확대를 요구하던 것에서 한발짝 물러나 일부 차종·품목으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국토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운송차질 길어지며 시멘트·철강·車 등 피해 전방위 확산
총파업이 1주일째 이어지면서 산업계의 피해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제품 출하가 막힌 시멘트 업계는 당장 이날부터 생산을 중단하는 공장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시멘트를 저장하는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수요처인 레미콘업체들도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건설업계 역시 레미콘 제조 중단으로 인해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내륙지역으로부터 시멘트 등 자재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 현장의 경우 당장 이날부터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날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매일 약 2만t(톤)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창고가 포화 상태에 달해 제품을 도로나 공장 주변에 쌓아뒀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한계에 이르러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포스코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로(용광로)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현재 업계의 일평균 출하량이 파업 전 평균(7만4천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파업 장기화를 우려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파업에 따른 출하 차질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파업 장기화시 공장 가동정지 상황이나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수출용 완성차를 운송하지 못해 주차장에 세워두거나 부품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곳과 부품업계 단체들은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내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매일 완성차 및 부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경제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dkkim@yna.co.kr
yu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