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쇼크에 금융시장 '와르르'…고유가에 무역수지 적자 확대

입력 2022-06-13 17:44  

美물가 쇼크에 금융시장 '와르르'…고유가에 무역수지 적자 확대
코스피·코스닥·원화가치·채권가격에 가상자산까지 '급락' 도미노
무역수지 이달 들어 60억달러 적자…3개월 연속 적자 우려

(서울·세종=연합뉴스) 채새롬 김다혜 기자 = 미국 물가 충격이 13일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주가, 원화, 채권, 암호화폐 등 주요 자산 가격이 동반 급락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시장 전반이 타격을 받았다.


◇ '검은 월요일' 맞은 코스피·코스닥…모두 연저점 경신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치며 지난달 12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46.80)을 경신했다.
이는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1년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천6억원을, 기관이 2천178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71조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이 각각 감소해 증시에서 총 88조원이 증발했다.
유가증권시장 하락 종목 수는 881개로 2020년 3월 19일(890개) 이후 가장 많았고, 코스닥시장 하락 종목 수는 1천388개로 1996년 개설 이래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2.66%), 네이버(-5.93%), 카카오(-4.49%), 카카오페이[377300](-10.22%), 카카오뱅크[323410](-8.05%), 하이브[352820](-10.96%),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6.61%)를 비롯해 코스피 147개 종목, 코스닥 297개 종목은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로 2,400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충격에 소비심리 쇼크가 가세하며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극대화됐다"며 "이로 인해 위험자산, 안전자산 구분 없이 자산시장 전반의 급락세가 전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피는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수급 상황이 얇아진 탓에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520마저 하향 이탈했다"며 "FOMC 회의 전까지 2,500선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환율 15.1원 급등해 1,284.0원 마감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5원 넘게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1원 오른 달러당 1,2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환율은 미국의 5월 CPI 발표 여파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1원 오른 1,280원에 출발해 장중 1,288.9원까지 고점을 높여 연고점(1,291.5원)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1,28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외환당국은 이날 언론에 전한 메시지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FOMC 회의를 전후해 환율이 달러당 1,290대를 넘어 1,300원선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환율은 단기적으로 상방 압력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달러당 1,300원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국고채 금리 일제히 연고점…비트코인 3천200만원대로 떨어져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514%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3년물 금리는 2012년 3월 14일 3.52%를 기록한 이후 약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는 15.9bp 상승한 연 3.654%로, 2014년 1월 23일(3.656%)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5년물은 22.7bp 오른 연 3.679%로 2012년 3월 15일(3.68%) 이후 최고였다.
지난 10일 연 3.071%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10일 첫 발행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던 2년물 금리는 연 3.303%로 23.2bp 폭등했다.
20년물은 연 3.546%로 14.2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11.6bp 상승, 12.0bp 상승해 연 3.387%, 연 3.359%를 기록했다. 20년물은 2014년 5월 26일(3.550%) 이후 최고, 30년물은 2013년 6월 5일(3.39%) 이후 최고, 50년물은 2016년 10월 11일 첫 발행 이후 최고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 점검 회의를 열고 "필요하면 관계기관 공조 하에 즉시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하겠다"며 "국채시장에 대해서는 한은(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오는 15일로 예정된 바이백(조기상환) 규모를 확대하고 대상 종목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1조5천억원 줄이기로 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3천2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3천247만원으로, 24시간 전보다 9.30% 하락했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는 9.35% 떨어진 3천242만1천원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12%가량 내리며 166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 연간 누적 무역적자 138억달러…2008년 연간규모 추월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0억6천9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6.5일)가 작년 같은 기간(8.5일)보다 이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10억6천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7.5% 늘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실제 원유(88.1%), 반도체(28.2%), 석탄(223.9%), 석유제품(86.2%), 가스(10.1%) 등의 수입액이 대폭 늘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59억9천500만달러 적자였다. 작년 같은 기간(6억6천6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는 관련 자료가 있는 2000년 1월 이후 최대 규모의 10일 기준 적자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무역수지는 4월(-25억800만달러), 5월(-17억500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138억2천200만달러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행했던 2008년의 연간 무역적자(132억6천700만달러)보다 많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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