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세계의 곡물 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막힌 가운데,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겨울 보리와 밀 수확이 시작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데사 행정당국은 현지 농민들의 겨울 보리타작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24만4천㏊(헥타르·1만㎡)의 밭에 심은 겨울 보리와 55만1천㏊의 겨울 밀밭을 포함해 이번 수확 대상 경작지는 총 106만㏊에 달한다.
세계 4위의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곡물 수확량은 8천400만t으로 전년의 6천500만t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적신호가 커졌다.
수출길이 막혀 우크라이나의 창고에 쌓여있는 곡물은 3천만t에 달하며 당국은 도로나 강, 철도 등 대체 수송로를 모색해 왔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남부 미콜라이우 인근에서 4천㏊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나디아 이바노바씨는 AFP 통신에 "매년 1만2천t의 곡물을 수확하는데 일부를 내수시장에 팔고 나머지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국에 팔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작년에 수확한 곡식 2천t이 창고에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바노바와 같은 농부들은 이제 곧 수확을 시작해야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수확 전에 안전을 위해 러시아군이 퍼부은 포탄 잔해들을 제거해야 했다.
또 인근에서 계속 전투가 이어지면서 고장이 난 농기계도 수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농부인 세흐히 체르니쇼우는 "30만 유로를 주고 산 새 콤바인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폭탄 파편 때문에 작동이 안 된다. 다시 작동하도록 고칠 수 있는지 한 주 더 기다려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여기에 전쟁의 영향으로 비료와 농약값이 폭등했고, 농기계용 연료 가격은 3배로 치솟았다.
또 올해 가뭄까지 들어 밀 이삭이 잘 자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AFP는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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