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증인 빠져 '김빠진' 청문회…참모들 "승리선언 만류했지만 요지부동"
전 법무장관 "트럼프, 대선 당일 이미 선거사기 주장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지난 1월 6일 의회난입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미 하원 조사위원회의 2차 공개 청문회가 13일 (현지시간) 개최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선거사기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보고를 수 차례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선거사기를 주장하고, 더 나아가 선거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2차 청문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선거캠페인 매지저였던 빌 스테피언이 증언에 나서 대선 당시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정황을 상세히 증언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스테피언이 이날 아침 갑작스레 부인의 출산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바람에 청문회 시작이 45분 정도 지연되는 등 다소 맥빠진 상태에서 시작됐다. 하원 조사위원회는 스테피언의 직접 증언이 무산되자 앞서 조사과정에 촬영했던 영상을 상영하며 증언을 대신했고, 스테피언 이외 핵심 증인들의 증언 영상도 다수 재생됐다.
영상에서 스테피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당일 저녁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만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테피언은 "그 같은 선언을 하기에는 매우 일렀다"며 "개표가 진행중이었고, 어떤 선언을 하기에도 너무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선거에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제이슨 밀러 역시 녹취에서 "확실하게 표를 확보하기까지 승리를 선언해선 안 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밀러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같은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약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과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증언도 공개됐다.
이방카는 대선 당일 저녁과 관련, "관저에서 행사가 예정돼 있었고 몇몇 가족들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위층에 머물렀다"며 "우리는 대부분 이방카와 함께 1층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복으로 통하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추가 공개된 영상에서 "대선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선거 사기 주장을 펴고 있었다"며 "늦은 저녁부터 민주당 몰표가 나오기 시작하며 몇몇 주의 득표에 변화가 발생하면서부터 이 같은 사기 주장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베니 톰슨 위원장은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믿음을 배신했고, 다수가 그를 퇴출시키려고 투표했음에도 자리를 지키려고 시도했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조지아주 북부 연방 검사장으로 재임하다 돌연 사임한 한국계 박병진(미국명 BJay Pak) 전 검사장도 증언대에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이후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승리를 입증할 표를 찾아내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당시 박 전 검사장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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