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260억원 지원 호소…선박에 실린 원유 제거용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1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린 채 예멘 앞바다에 6년간 방치된 초대형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유엔이 2천만 달러(약 258억원) 모금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은 예멘 앞바다에 6년간 방치된 유조선 '세이퍼호'가 파손돼 환경 재앙을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금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모금 액수는 노후 유조선인 세이퍼호에 실린 114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유엔은 세이퍼호에 저장된 원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경우 홍해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어업 종사자 2만여 명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향후 25년간 어획량도 확연히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그레슬리 유엔 예멘 주민 조정관은 "(원유가 유출될 경우) 200억 달러(약 26조원)의 정화 비용이 드는데, 이를 고려할 경우 2천만 달러는 많은 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레슬리 조정관은 "유엔은 이번 달 말까지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유엔이 대중을 상대로 이러한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겨울이 오면 해류와 바람이 강해져 세이퍼호의 파손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레슬리는 "배가 곧 부서지는 것은 확실하다"며 "지난 겨울에 참사를 막은 것은 기적이었다는 게 세이퍼호 선장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5월 세이퍼호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회의에서 모금액수를 4천만 달러로 잡았으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1천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2천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예멘 호데이다 항구에서 7㎞ 떨어진 홍해에 1988년부터 정박해 온 세이퍼호는 예멘 국영 석유공사가 소유한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선박으로, 해상 저유 시설로 사용됐다.
2015년 예멘 내전에 발발한 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 항구를 장악하면서 유지·보수 작업 없이 방치됐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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