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년반만에 3천만원선 하회…국고채 금리 일제히 연고점 경신
정부·한은 "매우 엄중한 상황, 필요하면 시장 안정조치"
고물가·고강도 긴축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당국 개입에 환율 상승 제한…코스피 낙폭 축소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김유아 홍유담 기자 = 코스피가 미국 물가 충격 여파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자 전날에 이어 14일도 하락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500선을 내줬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긴급 회의를 열며 진화에 나섰고 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코스닥 힘겹게 800선 사수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54포인트(0.46%) 떨어진 2,492.97에 장을 마치며 전날에 이어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3일(2,493.87)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지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4% 넘게 떨어지는 등 미국증시 급락 여파로 전장보다 31.55포인트(1.26%) 내린 2,472.96에 개장해 장 초반 한때 2,457.39까지 떨어졌다.
이후 장중 잠시 2,500선을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당국의 금융시장 긴급 점검회의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줄이며 2,490대에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은 800선 붕괴 직전까지 갔으나 800선 사수에 성공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9포인트(0.63%) 내린 823.58에 마감해 종가 기준 2020년 10월 19일(822.25)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2.52포인트(1.51%) 내린 816.25에 개장해 한때 804.38까지 내려갔다가 낙폭을 줄였다.
◇ 원/달러 환율 2년3개월만에 최고치…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
원/달러 환율은 2년3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4원 오른 달러당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5원 오른 1,291.5원에 개장한 뒤 1,292.5원까지 상승해 종전 연고점인 지난 5월 12일의 1,291.5원(장중)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시기인 2020년 3월 19일(고가 기준 1,296.0원)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외환당국이 장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서고,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물량이 나오며 환율의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연고점을 새로 썼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548%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2년 3월 30일(3.55%) 이후 10년 2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10년물 금리(3.691%)는 2014년 1월 3일 이후, 5년물 금리(3.703%)는 2012년 4월 5일 이후, 2년물 금리(3.425%)는 작년 3월 발행 이후 최고점이다.
20년물(3.588%), 30년물(3.429%) 역시 각각 2013년 7월 2일, 2013년 6월 11일 이후 최고치를, 50년물은 3.40%로 2016년 10월 11일 첫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4시 50분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2천959만4천원으로 24시간 전보다 9.02% 내렸다. 같은 시간 빗썸에서도 9.21% 내린 2천953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3천만원선을 내어준 것은 2020년 12월 29일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께에는 2천741만2천원까지 저점을 낮추며 하루 새 18%에 달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가 오후 들어 일부 상승하며 3천만원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1,290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 코스피 낙폭 축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전날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오늘 외국인 현물 2천억원대 순매도는 '서프라이즈'라고 봐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천785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천947억원, 개인은 405억원을 사들였다.
정 팀장은 이어 "중국 증시가 장중 플러스로 전환하고, 비트코인이 오전에 20%까지 하락했다가 하락폭을 되돌린 것도 맞물려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 경기침체 경고 잇따라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지시간 14∼15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로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며 4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3.0%로, 하루 전날 23.2%에서 4배로 급등했다.
투자은행(IB) 바클리스, 제프리스에 이어 골드만삭스, 노무라 홀딩스, JP모건 등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침체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 위험이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교수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향후 1∼2년 이내에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 CNBC방송이 최근 실시한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학자 70%가 경기침체를 예상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 당국 "시장 면밀히 모니터링…안정에 만전"
정부와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열고 금융시장·실물경제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시장 안정 차원에서 국고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예정된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금융사의 건전성 및 유동성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1,292.5원)을 경신한 후 낙폭을 줄였다.
금융위원회도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금융회사 및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유동성 등을 수시로 점검해 사전예방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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