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눈앞…장단기 금리 역전에 침체 공포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14일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548%로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이는 2012년 3월 30일 3.55% 기록한 이후 10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는 연 3.691%로 3.7bp 상승해 2014년 1월 3일(3.700%) 이후 최고 수준이다.
5년물은 2.4bp 올라 연 3.703%로 2012년 4월 5일(3.71%) 이후 최고점이다.
2년물은 12.2bp 올라 연 3.425%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 10일 첫 발행된 2년물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3%를 넘어선 이후 3거래일 연속 새로운 연고점을 맞고 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4.2bp씩 오른 연 3.588%로, 연 3.429%로 마쳤다. 각각 2013년 7월 2일(3.59%), 2013년 6월 11일(3.43%) 이후 최고다.
50년물은 4.1bp 상승으로 연 3.400%를 기록해 2016년 10월 11일 첫 발행 이후 역대 최고점을 새로 썼다.
미국 물가 충격에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금리를 자극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93.0%로, 전 거래일(23.2%) 4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0.5%포인트 인상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1거래일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JP모건 등 미국 월가 주요 투자 은행(IB)들 사이에서도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기 대비 8.6% 오르며 1981년 12월 이후 41년여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그간의 인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금리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이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그룹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감내할 수 있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은 75∼100bp 사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내 3.5%까지 올리면 한은도 금리를 최소 2.5∼2.75%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망에 따라 2분기 말에서 3분기 중반까지 주요 채권 금리의 상승과 변동성 확대 장세가 불가피해졌다"며 "오는 8월 금통위까지 보수적으로 대응해 국고채 3년물 기준 3.75%, 10년물 3.90%까지 금리 최상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긴축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금리차가 좁혀진 것도 경기침체 공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년물, 50년물보다 각각 11.9bp, 14.9bp 높았다.
10년물보다는 14.3bp 낮았으나, 20년물과 비교하면 4b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통상 채권금리는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높지만, 투자자들이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심화하면 역전 현상까지 일어난다. 이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전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돌면서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0bp가량 급등해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3.43%까지 올랐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달 1∼13일 장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천762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만기 도래 채권 9조4천58억원어치를 대거 상환하면서 6조4천296억원의 순회수 상태를 나타냈다. 매수 규모가 매도와 만기상환보다 크면 순투자, 반대 경우는 순회수 상태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현물 잔고가 감소하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욱 자극될 수 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이번 주로 예정된 국고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만기 이전의 국채를 조기 상환하는 바이백을 시행하면 국채 물량이 줄어 금리가 하락하는 효과가 생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기초여건(펀더멘탈)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양호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한미 금리 역전이 일어나도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발맞춰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자금 유출을 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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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일(오후ㆍ%) │전일(%) │ 전일대비(b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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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1년) │ 2.451 │ 2.416 │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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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2년) │ 3.425 │ 3.303 │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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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3년) │ 3.548 │ 3.514 │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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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5년) │ 3.703 │ 3.679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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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10년) │ 3.691 │ 3.654 │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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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20년) │ 3.588 │ 3.546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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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30년) │ 3.429 │ 3.387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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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권(50년) │ 3.400 │ 3.359 │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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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안증권(2년) │ 3.278 │ 3.239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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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무보증3년) │ 4.270 │ 4.222 │ +4.8 │
│ A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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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91일물 │ 1.970 │ 1.960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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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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