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탄즈 핵시설·항공우주 센터서 근무"…양국 '그림자 전쟁' 심화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연구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과학자 2명이 최근 잇따라 의문사했다.
현지 관리와 일부 외신은 젊은 과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두고 이스라엘의 독살설을 제기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 등에 따르면 우주항공 과학자 아유브 엔테자리(35)가 지난달 31일 사망했다.
엔테자리는 사망 수일 전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한 후 식중독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그는 야즈드에 위치한 정부 산하 항공우주센터에서 미사일과 항공기 엔진 관련 연구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관리는 엔테자리 등을 초대해 저녁 자리를 마련한 인물이 현재 종적을 감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질학자인 캄란 아가몰라에이(31)도 지난 2일 타브리즈로 출장을 다녀온 뒤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이다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이스라엘 언론과 외신들은 아가몰라에이가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 장소 중 하나인 나탄즈 핵시설에서 일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이란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이스라엘이 이들 과학자를 독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란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이들 과학자의 죽음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 중 가장 최근 사례가 된다.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격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상대를 공격해 왔다.
이란의 핵무장에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여온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은밀하게 타격하고, 이란 요인 암살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사망할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은 직접 실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에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사이드 호아에이 대령이 테헤란 도심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혁명수비대는 이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NYT는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이 이란의 고위급 인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군인과 실무 과학자들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엔테자리와 아가몰라에이의 죽음과 관련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은밀한 공격'이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지난 1년은 대이란 전략이 빠르게 바뀌는 한해였다"며 "우리는 더 높은 기어로 전환했으며, 언제 어디서나 움직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헨리 롬 선임연구원은 "핵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활동(그림자 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은 이스라엘 곳곳을 목표로 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이란 깊숙이 침투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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