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우크라 전쟁 무의미한 희생 멈춰야…평화 위해 일할 것"

입력 2022-06-14 22:03   수정 2022-06-15 05:45

조수미 "우크라 전쟁 무의미한 희생 멈춰야…평화 위해 일할 것"
파리콘서트 앞두고 간담회…"한국인 뭐든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한류 비결"
"'남이 시키는 일'보다 프로덕션부터 캐스팅까지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의미한 희생은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가 '평화의 디바'로 정해진 것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점이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의 성악가로 군림해온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가진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 전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부터 꺼냈다.
조씨는 "내가 서는 무대에서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라고 강요당한 적은 없지만 예술가의 본분을 지키면서 평화의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한다.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이기도 해서 이 문제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번 콘서트에는 프랑스의 바리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테너, 미국인 반주자 등이 함께한다"면서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여러 나라 음악가들이 모여 여러 나라의 가곡을 부르는 것이 평화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전쟁 못지않게 코로나 사태 초기 가장 희생이 컸던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에 살면서 겪은 팬데믹의 비극도 조씨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채 가족들과 작별할 시간도 없이,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면서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휴대전화에 대고 부른 노래를 유튜브와 SNS에 올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솔직히 말해 마이크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런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추세로 느껴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조씨는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기술을 공연·예술에 접목하는 방안에 관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근황을 묻자 늘 강조해온 '철저한 자기관리'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절정의 명성을 누리다 한순간에 사라진 마리아 칼라스처럼 살지는 않겠다고 늘 다짐한다"면서 "술, 담배, 유흥 등 모든 유혹을 물리쳐야만 악기인 몸을 제대로 건사할 수 있는 성악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번 콘서트 레퍼토리에 한국 가곡들이 포함됐다고 언급하면서 "아무런 사전 설명이 없이도 딱 마주하는 순간 감이 오는 것이 한국 작품들"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가에게 모국이 주는 각별한 의미를 강조하며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고 파리에 묻힌 쇼팽이 심장만은 고국 폴란드에 묻어달라고 했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요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 사람은 군말할 것 없이 우수하다. 세상 사람들이 이제 그것을 알아버린 것"이라고 한류의 본질을 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 기질이 있다. 그리고 한번 뭔가를 하면 똑 부러지게 열심히 하지 않는가. 뭘 해도 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차의 계획에 관해서는 이제는 자신이 주도하는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그동안 (무대에서) 누가 시키는 대로 칼에 찔려 죽어도 봤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했으나 이제는 프로덕션, 디렉팅에서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연말 나오는 앨범과 그 수록곡 위주로 12월 23일 예술의 전당에서 펼치는 콘서트가 이런 노력의 첫 결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바이올린, 첼로, 성악, 해금 등 분야에서 '라이징 스타' 4명을 이미 발굴해 함께 작업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열정이나 에너지 등 내가 배울 점도 많다"고 소개했다.
성악가 경력 초기에 오페라로 처음 명성을 얻은 그는 "남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고 남들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한 오페라는 이제 아주 재밌는 작품이 아닌 한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다시 부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작고한 베를린필 지휘자) 카라얀 선생으로부터도 목을 보호하려면 다시 부르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한국 청중 앞에서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기는 한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번 가을 출시를 목표로 넷플릭스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한 조씨는 계약 조항에 따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넷플릭스의 창작 활동 지원은 예술 생태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6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디바' 콘서트에서 조씨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아리아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한국 가곡 '꽃구름 속에' 등을 부른다.
프랑스의 바리톤 플로리안 상페, 한국의 테너 이기업 등이 함께 무대에 선다. 피아노 반주는 미국의 제프 코언이 맡았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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