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식민주의 족쇄 탈피, 국가 스토리 통제 등 목적"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가가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터키는 최근 국호를 '터키인의 땅'을 의미하는 '튀르키예'로 바꿨다.
터키는 "튀르키예가 터키의 문화와 문명,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밝혔는데, 이 일로 인해 터키가 오랫동안 칠면조, 겁쟁이, 패배자를 뜻하는 동음의 영어 단어 터키(turkey)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회자했다.
국호 변경은 터키만의 일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여러 국가가 나라의 이름을 변경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국호 변경의 이유를 분석하면서 "식민주의의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끝나자 많은 나라가 독립했는데 새 나라에 토착 문화를 불어넣기 위해 유럽이 식민지를 통치하면서 이름 붙여놓은 도시, 기관 이름뿐만 아니라 유럽식으로 지어진 사람 이름까지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식민지 개척자인 세실 로디스의 이름을 딴 아프리카 국가 로디지아는 짐바브웨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렸던 정치가 토머스 상카라는 1984년 오트볼타의 국명을 부르키나파소로 바꿨다.
콩고의 정치가 조셉-데시레 모부투라는 자신의 이름을 모부투 세세 세코로 바꾸고, '정통성'으로 명명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도 기독교적인 이름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1971년에 나라 이름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자이르로 바꿨는데 자이르는 콩고강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였다. 그의 독재정권이 몰락한 후 자이르는 다시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불리게 됐다.
다른 나라들은 호명의 간결함을 위해 국명을 바꿨다.
체코의 경우 공식 명칭인 '체코 공화국'을 뜻하는 짧은 영어표현인 '체키아'(Czechia)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벨라루스는 옛 소련 연방시절 벨로루시아(백러시아)라고 했다가 독립한 뒤 국가 성립의 모태가 된 9세기의 키이우 루스(키예프 루스)를 연상케 하는 벨라루스라는 짧은 이름으로 국명을 바꿨다.
북마케도니아는 외교관들 사이에서 한때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불렸다. 이 나라는 그리스와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마케도니아에 '북'(north)을 붙이는 선택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호를 변경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국가나 지도자가 국가의 이야기를 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변경이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람들은 적어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한동안 옛 이름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터키에 대해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실상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터키라는 영어명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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