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여론 분석…"핵전쟁만큼 생활비 급증이 우려"
"장기대책 이견 탓 2010년대초 유럽 재정위기급 분열 올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대응책을 두고 유럽 여론이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럽 주요국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 대응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설문 참여자 35%는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22%는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들 타협파와 정의구현파를 때와 상황에 따라 오가는 부동층은 20%로 나타났다.
대응책을 둘러싼 이 같은 분열상은 유럽인들이 전쟁 장기화에 느끼는 피로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넉 달에 다가서며 세계 경제에 점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유럽인들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곡물가가 치솟자 생계 고통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마크 리오나드는 "유럽인들이 지금까지는 단결력으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놀라게 했으나 이제 압박이 닥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우려를 묻는 말에 생계비, 에너지값 증가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과 함께 61%로 최다 선택을 받았다.
타협파와 정의구현파의 비율차는 개별 국가에서 차이를 보였다.
종전을 우선시하는 타협파의 비율은 독일(49%), 프랑스(41%), 이탈리아(52%), 스웨덴(38%) 등에서 높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 러시아 위협을 더 많이 느끼는 폴란드는 정의구현파의 비율이 41%에 달했다. 영국(22%), 핀란드(25%) 등은 두 집단 비율이 비슷했다.
니오나드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런 견해차가 2010년대초 유럽 재정위기 때 채권국과 채무국의 갈등처럼 파괴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 초기에 유럽 동부와 중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매파적 입장이 정당화되는 것을 느꼈겠지만 다음 단계로 가서 평화집단(타협파)의 목소리가 다른 나라들에서 높아지면 폴란드 같은 나라는 소외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대응에서는 분열상이 뚜렷했지만 러시아를 향한 반감에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73%가 러시아를 지목했다.
핀란드가 90%로 가장 반감이 컸고 영국, 폴란드, 스웨덴(이상 83%) 등이 뒤를 이었다.
그 비율이 가장 낮은 프랑스도 러시아 책임론이 56%로 우크라이나 책임론(27%)을 크게 웃돌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어디냐는 물음에는 64%가 러시아를 꼽았다.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미국 등을 지목한 이들의 비율은 모두 합쳐 17%였다.
반감을 재확인하듯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를 이뤘다.
정의구현파에서는 경제적 관계 전체, 문화적 관계 전체, 외교적 관계 전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이들의 비율이 83%, 74%, 70%였다.
다만 타협파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0%, 42%, 40%였다. 부동층에서는 83%, 64%, 60%로 나타났다.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이 차질을 빚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이들은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4월 28일부터 5월 11일까지 진행됐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폴란드 등 EU 9개국과 영국이 대상이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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