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미 의회서 "터키에 미국 무기 팔지 마"
터키,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막으며 미국 '압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오랜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가 미국산 전투기 도입을 두고 또다시 서로를 깎아내리며 으르렁대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이 날 선 비난 발언만으로 그치지 않고 물리적인 대치까지 벌이면서 이 지역의 갈등도 점차 첨예해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앞서 5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터키에 무기 판매를 계속하면 지역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말해 터키의 반발을 샀다.
더 나아가 미초타키스 총리는 미국산 F-35 전투기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격분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리스와의 모든 대화를 차단한 데 이어 "이제 나한테 미초타키스라는 사람은 없다"고 거칠게 반응할 정도였다.
터키가 앞서 미국산 F-35 전투기 도입을 먼저 추진했으나 좌절된 상태여서 터키의 반응은 더욱 격했다. 터키는 전투기 구매 추진 도중 러시아산 대공방어체계(S-400)를 도입했다가 미국의 분노를 사 계획이 전면 보류된 상태다. 최근에는 대안으로 F-16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터키가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에 직접 의사를 전한 그리스와 달리 터키는 간접적인 수단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양국의 갈등은 단순한 외교·정치적 표현 수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물리적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양국은 이미 여러 차례 상대국의 영공 침범을 주장하고 있다.
터키 고위 당국자는 그리스의 영토인 에게해(海)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터키 국영 석유회사는 분쟁 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다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양측은 첨예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그리스는 터키와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고, 물대포·최루탄·섬광탄 등을 추가 배치했다. 대규모 이주민 유입을 막는 목적이라고 한다.
앞서 양측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0년 3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경을 전면 개방, 이주민 수천 명이 그리스 국경을 넘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500년 넘게 앙숙 관계인 양국의 갈등 사이에 낀 미국도 별다른 수를 내놓지 못하고 난색을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에게해 섬 영유권 다툼과 관련 "섬에 대한 그리스의 주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리스·터키는 모두 미국·나토의 동맹이다. 양측의 의견 차이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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