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여파에 WFP "남수단 170만명에 식량원조 중단"

입력 2022-06-15 17:23  

우크라전 여파에 WFP "남수단 170만명에 식량원조 중단"
"기존 620만명 원조 폐지하는 대신 아사 위기 450만명 우선 지원"
전쟁으로 식량 가격 치솟고 기부 줄어든 탓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세계식량계획(WFP)이 남수단 주민 170만명에 대한 식량원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 지원이 줄고 식량 가격까지 오르면서 자금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WFP는 남수단에서 취약계층 620만명에 대한 기존 식량원조 계획을 폐기하고 심각한 기아에 시달리는 450만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에는 비수확기인 4∼7월에 식량을 지원받지 못하면 아사할 가능성이 있는 주민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운용 가능한 자금이 제한되면서 도움이 더 시급한 주민으로 지원을 재분배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나머지 170만명은 어쩔 수 없이 지원이 끊기게 됐다. 여기에는 극빈층 어린이 17만8천명이 먹는 학교 급식도 포함됐다.
WFP는 지원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가구당 식량 배급량을 줄이는 등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
마르와 아와드 WFP 대변인은 "우리는 누구를 지원하고 누구를 배제할지 결정해야 했다"며 "(지원 중단 대상자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받지 못해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와드 대변인은 이 170만명이 식량 지원이 영영 끊길 경우 아사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급식 지원이 중단되면서 부모가 아이를 학교 대신 일터로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성년자의 결혼도 흔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WFP가 남수단에 대한 식량 지원을 축소한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컸다.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에 예산을 더 할당하면서, 상대적으로 남수단에 대한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와드 WFP 대변인은 "기부자들은 이제 남수단의 상황이 위기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전쟁으로 식량 가격이 치솟은 것도 지원 여력이 떨어진 배경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생산되던 밀가루와 해바라기유 가격이 전쟁을 겪으면서 급등했고, 연쇄적으로 밀가루의 대체재인 수수와 옥수수의 가격도 함께 올랐다.
현지에서 주민이 체감하는 부담도 커졌다.
아와드 WFP 대변인은 "수수와 옥수수 가격이 남수단에서 이전 대비 최고 59% 올랐다"며 "시장에서 수수 가격을 물어보고 다니던 가족이 가격이 너무 비싸 사지 못하고 굶주린 채 집으로 돌아간 걸 봤다"고 말했다.
WFP는 올해 620만명를 대상으로 당초 계획한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하기 위해서는 4억2천600만 달러(약 5천5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안보 단계분류(IPC)는 최신 자료에서 남수단 주민 774만명이 비수확기에 심각한 기아에 시달리고, 어린이 140만명이 극심한 영양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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