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 CEO에 몰린 형벌규정, 행정제재로 전환…중대재해법도 보완

입력 2022-06-16 14:00  

[새정부 경제] CEO에 몰린 형벌규정, 행정제재로 전환…중대재해법도 보완
기업 부담 완화…독과점 사업자 기준 높이고 친족 범위 축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추진…플랫폼은 민간 주도 자율규제
노동·시민사회단체 "중대재해법 후퇴시키면 안 돼"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정부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 법령상 형벌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경제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때 경영자에게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대신 법인에 시정조치·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대상 법령은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굴하기로 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해외에서는 기업 자체에 대한 과징금 등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 차관은 "CEO에게 형사벌을 주려고 하다 보니 (처벌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특정 개인이나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외부감사법, 파견법 등 경제 관련 법에 담긴 형사처벌 조항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 위반 행위를 과도하게 범죄화하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형사처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려면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하는 법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업의 준법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경영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우선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처벌 규정, 작업 중지 조항 등과 관련한 현장 애로와 법리적 문제점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 처벌 수위를 낮추는 문제도 향후 논의될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시행 반년 째인 중대재해법이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경민 참여연대 팀장은 "법의 취지가 경영자 책임 처벌인데 이를 희석하면 법 제정 취지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애매모호하게 표현됐지만 누가 봐도 법을 후퇴시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4일 국민의힘의 중대재해법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형을 감경·면제받을 수 있게끔 하는 개정안은 중대재해법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을 사문화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와 사익편취(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심사지침을 개정한다.
부당지원 규제 대상은 거래총액 등 객관적 기준으로 정하고, 사익편취의 예외 인정 요건, 이익의 부당성 판단기준 등도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그 밖의 기업 관련 규제도 재정비한다.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의 연매출액·구매액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증가 등을 고려해 2007년 만들어진 현행 기준(40억원 이상)보다 높인다.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는 축소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에서 예시한 대로 혈족의 범위를 현재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범위는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또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전속고발제도를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법당국의 기소·판결 사례를 분석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고발 지침을 개선할 계획이다.
신규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지식재산권 남용,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처벌도 강화한다.



또 중소기업의 정당하게 제값 받는 환경을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국정과제 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것보다 표현 수위가 세졌다.
정부 관계자는 "연동을 강제할지 인센티브를 줄지 등 구체적인 연동제 방식은 연구용역과 시범운영 결과 등을 보면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 표준계약서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하반기에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운영한 뒤 이를 토대로 수용성이 높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납품단가 조정 협의제도 활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병행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사업자와 소상공인, 소비자가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만들어 상생을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한다.
자율분쟁기구 설치, 자율규약 마련, 상생 협약 체결, 모범계약서 마련 등이 자율규제기구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기재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위·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범정부 플랫폼 협의체를 구축해 자율규제기구를 뒷받침한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마련하는 등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이 심사지침을 행정 예고한 뒤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지침을 보완하고 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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