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푸틴 전략공조 재확인…교역확대·군사지원 '선' 넘을까

입력 2022-06-16 14:31   수정 2022-06-16 14:35

시-푸틴 전략공조 재확인…교역확대·군사지원 '선' 넘을까
中, 군사지원 또는 교역 대폭 확대시 서방과 대치 불가피
브릭스·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 내세워 美 포위망에 공동 대응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5일 전화 통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 중국과 러시아 간 전방위적 전략 공조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핵실험 임박 징후 등 유럽과 동북아에 심각한 안보 현안이 부상한 상황에서 미국-유럽 진영 대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위태로운 균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격적인 대러 지원 행보에 나설 경우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 中, 사실상의 러시아 지지 입장 재확인
우선 이번 통화는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표면상 중립을 천명하되, 실질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의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일 전인 지난 2월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침공 다음날인 2월 25일 통화를 했다. 중국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개전 이후 시 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가 없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속내는 러시아에 대한 암묵적 지지라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통화 내용도 마찬가지다.
중국 관영 중앙(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주권, 안전 등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계속 지지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밀접하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 발표는 좀 더 분명했다. 크렘린궁은 "시 주석은 외부 세력에 의해 조성된 안보에 대한 도전에 맞서 러시아가 국가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의 합법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결국 시 주석이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지지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진핑 '글로벌 안보 구상' 앞세워 미국의 IPEF·쿼드에 맞대응
이날 통화 관련 양측 발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에 맞선 중·러 주도의 다자 협력 구상이다.
시 주석은 "유엔·브릭스·상하이협력기구 등 중요한 국제 및 지역 조직과 소통을 강화하고, 신흥시장국 및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추진해 국제질서와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제기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와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이고, 유엔의 경우 중러 모두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결국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견제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협의체에 맞서 두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은 15일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주도로 브릭스 고위급 안보 당국자간 영상 회의를 했고, 이달 중으로 브릭스 정상회의를 열 것이라고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브릭스를 확대하는 '브릭스 플러스(+)'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시 주석이 지난 4월 보아오(博鰲) 포럼 연설(화상)에서 처음 제기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도 앞으로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내정불간섭,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냉전 사고 및 일방주의 반대, 안보 불가분 원칙(일국의 안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 등을 표방한다.
◇ 중, 대러 경협 강화 및 군사협력 나설까
러시아 측 발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금융·산업·운송 등의 분야에 걸친 협력 확대에 합의하고,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적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고 한 대목이다.
이런 내용은 중국 측 발표에는 없었다.
러시아 측 발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선 경제 측면에서 중국은 서방의 제재 동참 요구에 불응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제재 우회로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라는 서방 요구에 선을 그으며 기존에 합의한 러시아산 가스 도입 계약 이행을 포함한 정상적인 교역은 지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의 대 중국 가스 수출량은 올해 1∼4월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서방도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단은 없었다.
그러나 '현상유지' 수준을 넘어 중·러가 에너지·금융 협력을 대폭 확대할 경우 서방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중·러 정상이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적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는 러시아 측 발표 역시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대 러시아 군사 지원에 대해 전황의 균형을 허물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간주한 채 '레드라인'을 그은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나 병력 지원에 나설 경우 미국·유럽은 중국에 대한 고강도 제재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만약 대러 군사 지원에 나설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최근 국내적으로 코로나19 방역과 경기 침체 탈피 등 2개 전선에서 악전고투를 해왔다.
'대관식'을 앞두고 대내·외 상황의 안정화가 필요한 시 주석 입장에서 대러 군사 지원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섬으로써 경제에도 직격타가 될 서방과의 전면적 갈등의 길로 나아가는 데는 신중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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