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때문에 허용 고집하다가 지난달 폐지한 뒤 한 달 만에 "죄송"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도박 중독과 납치·살인 등 사회적 폐해를 야기한 온라인 닭싸움을 최근까지 허용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16일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틀전 국립체육학교 순시중에 "온라인 닭싸움이 이처럼 많은 폐해를 끼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매달 정부에 6억4천만 페소(153억원)의 수입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고민끝에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투계들이 발에 칼날을 차고 싸우는 닭싸움은 일종의 사행성 도박으로 재작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돼왔다.
그러나 서민들의 도박 중독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살인 및 납치 사건으로 비화된 사례들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야기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라인 닭싸움 승부 조작에 연루된 투계 공급자 등 34명이 납치되거나 살해됐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의회는 올해초 납치·살인 사건 조사를 위해 4번이나 청문회를 여는 한편 당국에 온라인 닭싸움을 당분간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두테르테는 경찰에 납치·살인 수사를 지시했다면서 온라인 닭싸움은 계속 허용하겠다고 고집했다.
온라인 닭싸움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줄어든 세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측근인 에두아르도 아노 내무부 장관마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온라인 닭싸움 폐지를 강하게 건의하자 결국 두테르테는 고집을 꺾었다.
내무부가 지난 4월 8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2%가 온라인 닭싸움을 반대했다.
그러자 두테르테는 지난달 3일 방영된 TV 담화에서 "오늘밤부로 온라인 닭싸움을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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