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이후 17개월만…나스닥, 4%대 폭락해 2020년 9월 이후 최저
유럽증시, 3개월만에 최저…국제금값 상승·비트코인 2만달러선 위협
(뉴욕·베를린=연합뉴스) 강건택 이율 특파원 = 글로벌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폭 금리인상 단행에 따른 '안도 랠리'를 하루 만에 마치고 16일(현지시간) 도로 급추락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되살아난 여파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년 5개월 만에 30,000선을 내줬고, 유럽 주요국 증시도 3%대 안팎의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추락세가 계속된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몸값을 높였다.
◇ "냉혹한 현실 깨달은 투자자들"…다우지수도 약세장 코앞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741.46포인트(2.42%) 떨어진 29,927.0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다우 지수 3만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3.22포인트(3.25%) 급락한 3,666.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53.06포인트(4.08%) 폭락한 10.646.1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2020년 12월 이후, 나스닥 지수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다우 지수는 지난 1월 5일 역대 최고점에서 19% 내려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베어마켓) 진입을 앞뒀고, 이미 약세장에 접어든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전고점 대비 하락률은 각각 24%, 34%로 더욱 깊어졌다.
전날 28년 만의 0.75%포인트 금리인상(자이언트 스텝)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해소와 연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에 모처럼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다시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에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의 큰 폭 금리인상을 예고해 일각의 경기침체 전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유럽·중동·아프리카 투자전략 부문 대표인 아틀라프 카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날 증시에 대해 "우리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어마어마하게 풀린 유동성과 '제로 금리'의 힘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매일같이 갈아치우던 다우 지수는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 최저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60% 이상 높은 상태다.
그러나 '3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의 붕괴는 지난 2년간 주가 급등에 익숙해져 있던 다수 투자자의 심리에 압박을 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이날 홈디포, 월그린, JP모건체이스, 3M,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경기에 민감한 다수 종목이 52주 신저점을 나란히 경신했다.
테슬라(-8.5%), 엔비디아(-5.6%), 메타(-5.0%) 기술주들도 하루 만에 다시 급락 전환했고, 델타항공(-7.5%)과 같은 여행주도 일제히 추락했다.
◇ 영국·스위스도 잇따라 금리인상…유럽증시도 추풍낙엽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각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 속에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31% 추락한 13,038.49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2.39% 떨어진 5,886.24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은 3.14% 내린 7,044.98,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은 2.96% 떨어진 3,427.9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럽 증시는 최근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1.25%로 0.25% 올렸다. 5차례 연속 인상으로 영국의 기준금리는 2009년 1월 이후 13년 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15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결정을 내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스위스 기준금리는 -0.25%로 0.5%포인트 올라갔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 이어 유럽에서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잇따른 것이다.
◇ 깊어지는 가상화폐 침체…안전자산 금은 1.7%↑
전날 유일하게 '안도 랠리'를 누리지 못한 가상화폐 시장은 이날도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5시15분(미 동부시간) 현재 24시간 전보다 4.8% 떨어진 20,7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만달러 선을 위협받은 비트코인의 현재 시세는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작년 11월 최고가보다 60% 이상 떨어진 상태다.
반면 8월 인도분 금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7%(30.30달러) 오른 1,849.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결국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한 것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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