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허가 갱신거부에 맞선 소송 패소…NGO "철거 안 한다는 방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을 알리고 반성하기 위해 일본 군마현에 설치한 추도비의 철거를 막으려고 일본 시민단체가 법정 투쟁까지 벌였으나 끝내 패소했다.
추도비가 설치된 토지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추도비를 치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쟁 중 노역에 동원된 후 사망한 조선인 추도비 설치 허가를 갱신하기 위해 추도비 관리 단체가 군마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고재판소가 지난 15일 상고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본안 심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소송을 주도한 군마현 평화운동센터 측이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설치 허가를 갱신하지 않은 조치가 적법하다는 도쿄고등재판소(고법)의 2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킨 추도비는 철거 위기에 놓였다.
야마모토 이치다 군마현 지사는 "(군마)현의 주장이 전면적으로 인정된 고등재판소 판결이 확정된 것"이라며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 설치자에게 철거를 요구하고 싶다"고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겐모치 요시히사 군마현 도시계획과 차장은 설치자가 자율적으로 철거하지 않는 경우 "법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면서 강제 철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하지만 구라바야시 마코토 군마현 평화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추도비를 철거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방침"이라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추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 '군마 평화유족회'는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4월 군마현 다카사키시 소재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조선인 추도비를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일본어·한국어·영어로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적혀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전쟁 중 일본의 가해 행위를 부정하려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추도비가 '반일'의 상징물이라는 주장이 대두했고 군마현은 2014년에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군마현은 추도비와 관련해 정치적 행사를 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시한부로 설치를 허가했는데 추도식 참가자의 발언이 약속에 어긋난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
시민단체가 허가 갱신 거부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을 담당한 마에바시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설치 허가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고 2018년 2월 판결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을 담당한 도쿄고등재판소는 1심을 뒤집었고, 최고재판소 역시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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