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책임 여부·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은 문제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고급 자동차 훙치(紅旗)에 올라 운전석 등에 부착된 태블릿 PC의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운전석에 사람이 있지만, 핸들과 브레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전방만 응시하고 있다.
과속방지턱이 보이자 속도를 줄이고, 교차로에서는 입력된 목적지를 향해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핸들을 돌린다.
전방에 오토바이가 나타났으나 차량에 설치된 레이더와 센서가 이미 오토바이의 등장을 예상했기에 속도를 줄인 상태다.
도로 상황, 차량 경로, 주변 상황 등 운행 중 벌어지는 모든 모습은 핸들 오른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6일 오후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이자 인공지능 강자인 바이두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자율주행차 '아폴로'(Apollo)의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전기차의 정숙함 속에서 베테랑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에 앉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안전요원의 태블릿 PC 터치 한 번으로 주행을 시작하는 자율주행버스도 버스 특유의 흔들림이 느껴졌지만, 운전석이 없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중국은 자율주행 시장에 선진국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로보택시'로 불리는 아폴로 무인택시가 베이징 외곽 이좡(亦莊)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했고 현재는 120대가 일반 택시처럼 운행하고 있다.
요금은 한국의 중형택시 수준이다.
로보택시의 실시간 이동 상황은 중앙통제센터 역할을 하는 아폴로파크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안전요원이 탑승하고 있지만, 3∼4년 안에 안전요원이 없는 진정한 자율주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바이두 측은 기대하고 있다.
바이두의 목표는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아폴로 6세대 모델 출시를 계기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최신형 모델인 아폴로 5세대의 가격(차량 가격 제외)은 48만 위안(약 9천100만원) 수준이다.
바이두 관계자는 "6세대 모델은 안전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5세대 모델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량의 단가를 낮춰 기존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 여부와 상용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바이두 관계자는 "현재는 안전요원이 탑승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완전 무인화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데이터는 수집만 할 뿐 통계를 내는 데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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