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 소카 전 CNRP대표 "삼 랭시와 결별…더 이상 지지 안해"
삼 랭시 "훈센 정권이 켐 소카에 압력 행사…변한 거 없다"
집권당 대변인 "경쟁자 분열시키는 야비한 술책 안써"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캄보디아의 전 야당 지도자가 훈센 정권에 맞서온 정치적 동지를 비방하고 나서 야권이 분열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7일 일간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반역 혐의로 해산된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전 대표인 켐 소카는 이틀전 프놈펜 지방법원에서 반역 혐의와 관련해 열린 재판에서 삼 랭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켐 소카는 이날 원고측을 향해 "현재 프랑스에 망명중인 삼 랭시와는 결별했으며 더이상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삼 랭시의 활동을 돕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더 이상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 랭시는 이같은 정치적 동지의 발언에 대해 훈센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 랭시는 같은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켐 소카와의 동맹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켐 소카는 훈센 총리의 인질이 돼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속 이산 대변인은 "그들은 오래전에 동반자 관계를 정리했기 때문에 켐 소카의 발언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쟁자가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분열시키려는 야비한 술책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한 뒤 "오히려 그들이 CPP를 분열시키려다가 실패했다"면서 삼 랭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켐 소카와 삼 랭시는 캄보디아 야권을 대표하는 두명의 지도자다.
그들은 지난 2012년 7월 자신들이 이끌던 정당을 합쳐 CNRP를 구성해 야권 통합을 이룬 뒤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3석 중 55석을 차지해 제1 야당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CPP는 지난 2017년 11월 CNRP에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켐 소카는 미국과 공모해 훈센 정권 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삼 랭시는 2016년 정치적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CPP는 2018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하면서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삼 랭시는 지난 14일 법원에서 반역 혐의로 징역 8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올해 3월 17일에도 야권 인사 6명과 함께 반역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이 선고됐으며 작년 3월에도 국가 전복 혐의로 징역 25년이 선고된 바 있다.
켐 소카는 지난 2019년 가택연금에서 풀려났으나 당국에 의해 정치 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그에 대한 재판은 재작년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무기한 중단됐다가 올해 1월 2년만에 재개됐다.
훈센은 지난 1985년 총리를 맡은 뒤 37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으며 CPP는 1979년부터 집권해왔다.
bum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