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변경으로 손님줄어"…재일한식점, 맛집평가앱에 승소

입력 2022-06-17 15:18  

"알고리즘 변경으로 손님줄어"…재일한식점, 맛집평가앱에 승소
日법원 '우월적 지위 남용' 판단…"선구적 판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한국음식점 체인이 식당을 평가하는 일본 유력 사이트의 자의적인 평점 제도에 맞서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17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일본에서 한식점 체인을 운영하는 '한류촌'이 음식점 평가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 다베로그를 운영하는 '가카쿠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카쿠컴이 3천840만엔(약 3억7천만원)을 한류촌에 지급하라며 1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류촌은 '다베로그가 체인점 형태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도록 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다베로그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한류촌은 21개 점포의 평점이 2019년 5월 평균 0.2포인트, 최대 0.45포인트 떨어졌는데 이런 변화는 다베로그 측이 체인 음식점의 평점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알고리즘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손님이 줄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알고리즘 변경이 "체인점인 원고(한류촌)에 불이익을 주는 거래"라고 규정하고서 공표된 평가 방법에 비춰보더라도 "미리 계산할 수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알고리즘 변경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감소한 영업이익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다베로그 이용 규약은 게시된 정보와 관련해 자신들이 음식점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 체인점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이라서 면책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새로운 점수 산정 방식의 사용을 중단하게 해달라는 한류촌의 청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다베로그는 이용자들이 1.0∼5.0점의 범위에서 0.1점 단위로 음식점의 별표 점수를 매길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각 음식점의 종합 평점은 이용자가 부여한 평균 점수와는 다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되는지가 공개돼 있지 않다.
다베로그 웹사이트에 따르면 다베로그는 일본 최대의 맛집 정보 사이트이며, 월간 서비스 이용자는 1억1천150만명이고 등록된 점포는 약 82만개에 달한다.
임화빈 한류촌 사장은 "우리 주장이 거의 전면적으로 인정됐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소감을 소송 대리인을 통해 밝혔다.
가카쿠컴은 판결 내용을 자세히 확인한 후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응했다.

아사히신문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정하는 알고리즘이 상품, 서비스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으나 최근 운영의 투명성에 관한 우려가 커졌다면서 이번 판결의 의미에 주목했다.
독점금지법에 밝은 히라야마 겐타로(변호사) 규슈대 준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면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았던 알고리즘 운용에 관해 재판소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선구적"이라며 말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개 사업자가 민사소송의 행태로 의문을 제기하고 알고리즘 개요를 제시하도록 하고 위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낸 것은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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