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의 위기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집계하는 기업 부실 지표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투기등급(하이일드) 기업 중 신용등급이 'B3'이고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거나 이보다 등급이 낮은 기업의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30.5%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1년 전보다 거의 2배로 커져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당시의 고점인 27.3%를 넘어섰다.
B3 등급은 투기등급 중에서도 위에서 6번째 등급으로 이보다 낮은 기업은 신용 위험성이 상당한 것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그룹에 속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이 2009년 5월 당시에는 3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4곳에 이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뤼디(綠地集團·그린랜드), 야쥐러(雅居樂·애자일), 수낙 차이나(Sunac China·融創中國), 룽광(龍光·Logan), 자자오예(佳兆業·Kaisa), 광저우푸리(廣州富力·R&F) 등이 속해 있다.
무디스는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9개월간 중국 부동산 개발사 중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낮춘 투기등급 기업은 91곳에 달했다.
이는 2011∼2020년 10년간 같은 사례가 56건에 그쳤던 데 비하면 기록적인 수치라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부사장 겸 선임 애널리스트인 켈리 천은 "무디스의 등급 하향은 현재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직면한 어려운 자금 조달 환경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2020년 말부터 양극화 해소와 금융 위험 선제 해소 등의 명분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는 자금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포함해 심각한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제 상황 악화로 연결되면서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 관련 대출 확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지역별 주택 구매 자격 제한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5월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결정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5%포인트 인하해 실수요자들의 금융 비용을 낮췄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5월 전국의 부동산 판매 면적은 작년 동월 대비 31.8% 줄었으며, 1∼5월 부동산 판매 면적은 작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을 정도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켈리 천 부사장은 "올해 더 많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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