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 탄생…반군단체 활동한 전직 보고타 시장
멕시코·아르헨·페루·칠레 이어 콜롬비아까지 좌파 집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선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가 50.4%(개표율 99.99%)를 득표했다.
경쟁자인 '반(反)부패 통치자 리그'의 기업인 출신 후보 로돌포 에르난데스(77)의 득표율은 47.3%다.
지난달 29일 1차 투표에서 페트로가 40%, 에르난데스가 28%로 각각 1, 2위를 차지해 이날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렸다. 1차 투표 뒤 보수표가 에르난데스에게 몰리면서 결선 개표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팽팽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개표 초반엔 에르난데스가 소폭 앞서기도 했다가 개표가 진행될수록 페트로 쪽으로 기울었고 개표율이 90%를 넘기면서야 콜롬비아 주요 언론들이 속속 페트로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언론의 당선 유력 보도 뒤 페트로 당선인은 트위터에 "오늘은 콜롬비아 국민의 첫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라며 자축했다.
그는 이후 지지자들 앞에 서서 "오늘부터 콜롬비아는 변한다. 다른 콜롬비아다"라며 '진정한 변화'를 다짐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8월 취임해 4년간 콜롬비아를 이끌게 된다. 남미 콜롬비아의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다.
당선인은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 몸담기도 했으며,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현직 상원의원이다.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10년 첫 도전에선 9%를 얻어 4위에 그쳤고 직전 2018년 대선에선 결선까지 올랐다. 당시 결선에선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 12%포인트 차이로 졌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선에서 페트로는 연금 개혁, 석탄·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을 약속하며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의 열망을 파고들었다.
콜롬비아에선 40%에 달하는 빈곤율과 11%의 실업률, 늘어나는 강력 범죄 등으로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반기득권을 자처하며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린 백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에르난데스 후보도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1차 투표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으나, 돌풍이 결선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이날 개표 막판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결과를 받아들인다며"며 승복했다.
이번 페트로의 승리로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확연히 왼쪽으로 기울게 됐다.
2018년 말 이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가 강세를 보여 때에 따라 중남미 경제규모 상위 6개국에 처음으로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페트로의 러닝메이트인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의 타이틀을 갖게 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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