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페트로…3수 끝에 새 역사를 썼다

입력 2022-06-20 08:31   수정 2022-06-20 09:22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페트로…3수 끝에 새 역사를 썼다
'M-19' 활동으로 옥살이…마지막 대권 도전에서 성공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콜롬비아 대선에서 승리하며 첫 좌파 정권 탄생을 이끈 구스타보 페트로(62) 당선인에겐 '옛 반군'이나 '옛 게릴라'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반군으로 활동한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인 30년 이상을 정치인으로 살았지만, 과거 반세기 넘게 정부와 반군의 내전으로 신음했던 콜롬비아에서 반군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까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1960년 콜롬비아 코르도바 지역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페트로는 18살 때 게릴라 단체 'M-19'에 들어갔다.
M-19는 1970년 4월 19일 대선 부정 의혹 이후 결성된 조직으로, 민주주의 투쟁을 벌인 좌익 민족주의 성향의 단체였다. 1976년 노조 지도자 납치·살해, 1980년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점거 등의 무장 활동을 벌였다.
페트로도 1986년 불법 무기 소지죄로 체포돼 18개월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M-19는 1990년 무기를 내려놓고 해체된 후 정당이 됐고, 경제학자이기도 한 페트로도 하원의원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연방 하원과 상원을 거친 뒤 2012∼2015년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지냈다.
2011년 시장 선거 당선 때에도 게릴라 출신의 수도 시장 당선은 화제였다.
시장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
임기 중인 2013년 행정상 비위를 이유로 시장직 박탈과 15년 정치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미주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이듬해 복권돼 남은 임기를 마쳤다.
정치인들의 부패, 보수 정치인과 우익 반군의 유착 등을 폭로했던 페트로는 몇 차례 자신과 가족이 살해 위협을 받았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선엔 세 차례 도전했다.
호세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0년 대선에선 9%를 득표해 4위에 그쳤다.
보고타 시장으로 인지도를 쌓은 뒤 재도전한 2018년 대선에선 1차 투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이반 두케 대통령에 1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번 2022년 대선은 페트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권 도전이었다.
지난해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는 "영원한 후보"가 될 생각은 없다며, 이번에 당선되지 못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페트로가 때이른 은퇴를 택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는 동안 콜롬비아는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빈곤율과 실업률 상승, 치안 악화 등으로 신음하면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분노를 표출했던 콜롬비아 국민은 현 상황을 바꿔줄 인물로 페트로를 택했다.
페트로는 연금 개혁, 석탄·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깊이 있는 사회·경제 변화를 약속했다.
2016년 정부와 콜롬비아 옛 최대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평화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최후 반군' 민족해방군(ELN)과의 협상도 재개하겠다고 했다.
오는 8월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페트로는 앞으로 4년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콜롬비아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쉽지 않은 임무를 앞두게 됐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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