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방관하다가 '건강코드 조작' 의혹 나자 수사 급진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소형 마을은행들에서 예금 인출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지 거의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중국 공안 당국이 해당 은행들의 실소유주를 체포했다.
20일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허난성 쉬창시 공안국은 일부 마을은행을 이용한 심각한 범죄 혐의로 뤼모 씨를 체포했으며 그의 일부 관련 자금과 자산을 압류·동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허난성 은행보험감독관리국과 금융감독국도 공안 당국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11년부터 위저우마을은행 등 여러 마을은행의 온라인 영업 시스템이 뤼씨가 실소유주인 신차이푸그룹에 이용돼 범죄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허난성 정저우시 일대의 여러 중소 마을은행들에 예금을 맡긴 고객들이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됐다면서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곳은 위저우마을은행, 상차이후이민마을은행, 쩌청황화이마을은행, 카이펑신둥팡마을은행 등이었다.
피해 고객들은 대체로 해당 은행 소재지 주민들이 아니라 위챗 미니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중개 플랫폼을 통해 해당 은행에 고금리를 조건으로 예금을 맡긴 이들로 중국 전역에 퍼져 있었다.
금융 당국이 뤼모씨를 체포하면서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신차이푸그룹이라는 회사가 이 회사의 인터넷 영업 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피의자가 은행 내부자들과 결탁해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 은행 이름을 내걸고 독자적으로 불법 수신행위를 하다가 금융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난성의 일부 중소 마을은행들의 예금 인출 중단 사건은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중국에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예금 인출 민원을 제기한 예금주들의 건강코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동이 금지되는 적색으로 바뀌는 부당한 일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급속히 중국 전역의 관심을 받게 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앱 형태로 관리되는 건강 코드가 녹색이 아닌 적색으로 바뀌면 공공장소 출입부터 공공 교통 탑승까지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챗에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집단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예금주들이 허난성에 있는 문제 은행들에 와 민원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들의 건강 코드에 손을 댔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예금주들은 타지에서 은행이 있는 정저우를 방문했다가 건강 코드가 갑자기 적색으로 바뀌는 바람에 격리 호텔로 끌려가기도 했다.
대중의 분노가 확산하자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시 당국은 지난 17일 규정을 어기고 건강 코드를 함부로 관리한 사실이 확인돼 관련자 문책에 착수했다면서 의혹이 제기된 예금주 대상 '건강 코드 조작'이 실제 있던 일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예금주들의 피해 호소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나서 두 달 동안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움직이는 당국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두 달을 질질 끌었는데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렇게 많은 사람의 생명줄인 돈을 되찾아주는 게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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