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00살, 꿈 아니다…'백세인' 9가지 필수조건

입력 2022-06-21 06:13   수정 2022-06-21 06:52

내 나이 100살, 꿈 아니다…'백세인' 9가지 필수조건
원광대 김종인 교수, 국내 백세인 130명 분석결과 책으로 엮어
'개인위생관리·안전한 식수·성평등' 등이 주요 장수 요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에서 100세 이상 장수하고 있는 노인은 작년 8월말 기준으로 1만935명(남 2천230명, 여 8천705명)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초고령화 추세를 고려한다면 올해 8월께는 무난히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100세를 넘겨 장수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백세인'과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가 쓰인다. 백세인이 용어 그 자체로 100세 이상 장수인을 지칭한다면, 호모 헌드레드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을 합성한 신조어다.
물론 백세인이 늘고 있다지만, 아직도 100세를 넘겨 장수하는 게 장담할 수 있을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단순히 백세인이 아니라 '건강한 100세'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앞서 100세를 넘겨 장수하고 있는 백세인의 삶을 살펴볼 만하다.
때마침, 국내 백세인 연구를 주도해 온 김종인 원광대 명예교수가 그동안 백세인(100∼180세) 130명을 인터뷰 한 내용과 그동안의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한 영문 도서 '장수사회학:생존확률의 사회생태학적 요인"(The Sociology of Longevity: Socioecological Factors of Survival Probability)을 출간했다.
21일 이 책에 따르면 김 교수는 백세인이 되는 데 필요한 사회지표로 9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는 평생에 걸친 '개인 위생관리'가 꼽혔다. 백세인들은 100세가 넘어 거동이 다소 불편해진 이후에도 1주일에 1회 이상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로부터 전신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이는 백세인이 되기 전부터 몸에 밴 청결 습관이 100세 이후에도 이어져 장수에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만난 107세 노인의 경우 평생 씻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즐겨 입던 한복도 1주일에 최소 2차례 이상 갈아입는 삶을 살았다"면서 "100세를 넘기는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청결"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안전한 식수가 백세인에게 필수 요소였다. 흥미롭게도 백세인의 대다수는 수돗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않고, 주로 생수를 마셨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수돗물과 지하수를 마셨지만, 노년기 이후에는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물의 질 차이보다는 설탕과 나트륨이 들어간 가공 음료를 피하고, 깨끗한 물을 자주 마신 게 장수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젊었을 때 남녀차별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삶에서 성차별을 극복한 경험도 백세인의 공통점이었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집안일을 서로 분담하면서 살아온 특징이 있었다"면서 "이런 성평등은 여성의 정신건강 증진과 경제활동 참여로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100세 생존확률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가족과 함께 인터넷을 활용해 필요한 건강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려는 노력도 백세인을 만드는 네 번째 요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노년기에도 인터넷을 활용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다섯 번째로는 백세인들이 80세 이후에도 수술치료를 받는 등 질환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점이 꼽혔다.
김 교수는 "비슷한 또래인데도 수술을 포기한 노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게 백세인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면서 "다만, 이런 치료를 받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백세인들의 장수에는 ▲ 보건의료비 비중 ▲ 휴대폰 가입 ▲ 노동의 부가가치 ▲ 도시화 ▲국민소득 등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김종인 교수는 "개별 요인을 떠나 9개 변수의 시너지 효과로 본다면, 휴대폰 가입과 인터넷 사용, 보건의료비 지출이 결합됐을 때 100세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면서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100세를 넘어 생존하는데 필요한 사회생태학적 지표를 바탕으로 선택적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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