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쪽방촌 2049년까지 없애라" 주택문제 해결 연일 강조

입력 2022-06-20 17:58  

중국 "홍콩 쪽방촌 2049년까지 없애라" 주택문제 해결 연일 강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홍콩 정부에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으로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쪽방촌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무턱대고 쪽방촌을 없애버리면 집 살 여력이 없는 빈민층은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 세계 최고 수준 집값·만성 주택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존 리 행정부의 인선이 발표된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차기 홍콩 정부에 5가지 과제 해결을 주문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정확한 이행, 사회 발전 촉진, 홍콩을 국가 발전에 융합, 홍콩의 국제 경쟁력 향상, 주택 같은 홍콩 주민을 위한 고질적 사회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사무판공실은 2017년 캐리 람 행정부가 출범할 때는 이 같은 과제를 내주지 않았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앙정부가 홍콩에 전면적인 통치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의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향후 중앙정부는 이 5개 사항을 토대로 홍콩 고위 관리들의 업무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과제는 사실 중국 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것인 반면 주택난은 홍콩 정부가 현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과정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앞서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대된 밑바닥에는 주택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비싼 집값이 본토 중국인들이 몰려오며 더 오르자 노력해도 제대로 된 집 한 채 구할 수 없는 시민들의 분노가 시위와 만나 들불처럼 번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두고 '중국 정부의 민주화 시위 폄훼 시각'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집값과 주택 부족 문제는 지난 수십년 간 홍콩에 만연한 문제였고 이에 대한 불만 역시 큰 게 사실이다.



◇ 중국 "2049년까지 쪽방촌 없애라"
중국이 주택 문제 중에서도 쪽방촌 해결을 지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샤바오룽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은 홍콩 정부에 2049년까지 이른바 '닭장 집'(cage home)과 쪽방촌을 없애는 목표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 이후 최근 리커창 총리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러 관리와 기관들이 홍콩의 쪽방촌 등 주택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인구 약 740만명인 홍콩에는 22만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약 0.56∼5.62평에 해당하는 20스퀘어피트(1.85㎡)∼200스퀘어피트(18.58㎡) 넓이의 '쪽방'에 산다.
화장실과 주방이 없거나 분리되지 않은 비좁은 공간에 여러 가족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환경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코로나19 기간 특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그중 최악은 아예 개인 공간 없이 닭장이나 새장처럼 철제 상자를 포개놓은 공간 중 한 칸만 겨우 얻어 사는 경우다. '관짝 집'(coffin home)이라고도 불린다.
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건물의 방을 여러 칸으로 다시 쪼개 불법 개조한 공간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최악의 주거환경이 단위 면적당 가격에서는 부촌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극심한 빈부 격차 속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홍콩 비영리 인권단체 홍콩사회조직기구(SoCO)에 따르면 '닭장 집'의 한달 월세는 최소 2천 홍콩달러(약 33만원) 이상이다. 이는 이런 집 거주자 월급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러한 쪽방촌을 두고 위생과 안전, 인간의 존엄성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홍콩 정부는 수십년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더디기만 한 가운데 빈곤층의 선택지는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SCMP는 "과연 홍콩 정부가 2049년까지 쪽방촌을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쪽방촌을 그냥 없애버리는 것은 오히려 빈곤층이 주거공간을 구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 공공 임대 주택 입주까지 10여년…중산층도 좁은 집 불만
홍콩 정부는 서민층에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땅 좁은 홍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부동산 재벌과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행정시스템이 어우러지면서 공공 임대 주택 보급 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3월 현재 홍콩 당국은 14만7천여명이 공공 임대 주택 입주를 신청했고 평균 대기 기간이 6.1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cCO에 따르면 10년 이상 대기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닭장 집'에 살면서 공공 임대 주택 입주를 16년째 기다리고 있다는 창(51) 모 씨는 SCMP에 "나는 우리 속 동물처럼 산다. 여기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84만여채의 공공 임대 주택이 공급돼 약 220만명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중산층도 좁은 집에 불만이다. 쪽방촌 신세는 면했다 해도 갈수록 집값이 비싸지면서 초소형 아파트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200스퀘어피트(18.58㎡, 5.62평) 보다 작은 아파트를 '나노 플랫'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나노 플랫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좁은 공간에 여러 가족이 살면서 코로나19 기간 특히 문제가 됐다. 확진자가 생기면 격리를 할 별도의 분리된 공간이 없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창문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좁은 집이 삶의 질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홍콩 당국은 지난 2월 앞으로 지어질 신규 주택은 최소 280스퀘어피트(26.01㎡·7.86평) 이상이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실수요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과의 접경인 북쪽에 대규모 신도시 '북부도회구'를 건설해 250만명을 수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홍콩의 더딘 행정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과연 이 신도시가 언제 들어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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