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조지아 "우리는 유럽"…12만명 EU가입 촉구 시위

입력 2022-06-21 08:41   수정 2022-06-21 17:31

구소련 조지아 "우리는 유럽"…12만명 EU가입 촉구 시위
여당막후 친러특권층 겨냥 "유럽행 방해자 쓸어버릴 것"
EU 가입제동에 낙담…"아직 러 영향권, 푸틴침공 청신호"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옛 소련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미뤄진 뒤 현지에서 EU 가입 의지를 과시하고 정부 여당의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중심가에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EU 깃발을 든 인파가 몰려나왔다.
AFP는 드론 영상을 토대로 이번 '유럽행 행진'에 12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라고 설명했다.
조지아 야당과 연대해 이번 시위를 주도한 민주화 단체들은 이번 시위에 대해 "유럽은 모든 세대가 희생한 조지아 국민의 역사적 선택이자 열망"이라며 "유럽에 대한 선택과 서구 가치에 대한 조지아 국민의 확고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인 인권운동가 쇼타 디그멜라시빌리는 새로운 대중 운동의 시작을 선언하며 "우리 요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비폭력 저항이 조지아의 유럽행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중의 분노는 집권여당 창당자이자 올리가르히(구소련 계열 특권계층 재력가)인 비드지나 이바니시빌리를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바니시빌리는 공식적인 정치적 역할이 없지만 막후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서는 유럽연합가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Ode to joy)가 연주됐으며, 참가자들은 "우리는 유럽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생물학자 릴리 넴사제는 "조지아의 EU 가입이 거절된 것은 우리가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뜻"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조지아 재침공을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군이 자국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을 공격하자 조지아를 침공했고, 이후 4일 만에 남오세티야 전역을 접수한 바 있다.

조지아는 내년 EU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일정을 앞당겨 올해 3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달 17일 EU 집행위원회는 조지아에 대해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연말까지 가입 조건 충족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 언론자유 신장, 사법·선거제도 개혁 등과 함께 '탈올리가르히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조지아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조지아는 후보국 지위를 얻기 위해 모든 요구사항을 수행하고자 EU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조지아 정부 여당은 민주주의를 역행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으며 EU와의 관계도 악화했다.
이달 초 유럽의회는 이바니시빌리가 조지아 정치·경제에 '파괴적 역할'을 했다면서 그를 제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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