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소유 기관 관계자들 동일 'LLC인베스트' 이메일 계정 사용"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누리는 측근 '소유'의 궁전, 요트, 포도원 등이 실제로는 45억달러(약 5조8천억원)가 넘는 하나의 거대한 자산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측근 등의 명의로 수십 년간 비밀리에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측근의 개별 자산이 사실상 연계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런 의혹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과 관련된 이들 자산을 공식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돼 있는 개인, 기업, 비영리기관 등은 LLC인베스트(LLCInvest.ru.)라는 동일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세계 주요 언론 등이 참여하는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와 러시아 독립 인터넷매체인 메두자가 1년 넘게 조사한 결과 86개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대표는 공식 이메일과 함께 LLC인베스트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억달러를 들여 지은 것으로 알려진 흑해의 초호화 리조트는 바이놈(Binom)이라는 업체의 자회사가 소유한 것으로 돼 있는데 바이놈사의 임원은 작년 7월까지 LLC인베스트 이메일 계정을 보유했다.
겔렌지크 궁전 주변의 포도원, 푸틴의 딸이 2013년 결혼식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고라 스키 리조트', '푸틴의 다차'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 별장도 관계자가 LLC인베스트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이 제재 리스트에 올린 푸틴의 측근 겐나디 팀첸코와 블라디미르 콜빈이 설립한 비영리기관 2곳도 이 계정을 사용했는데 이들 기관은 2020년 말 기준 420억 루블(약 9천800억원) 규모의 예금을 보유했다.
LLC인베스트는 로시야은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통신사 모스콤스바야즈가 소유한 서버로 일반인에게는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 등은 로시야은행을 '푸틴의 은행'으로 간주해 제재하고 있다.
가디언은 그동안 모스콤스바야즈 서버에서 유출된 이메일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LLC인베스트 계정을 사용한 기업 임원과 관리자가 마치 한 조직의 구성원인 것처럼 일상적인 사업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의 반부패 전문가는 가디언에 "LLC인베스트는 회원들은 이익과 자산을 교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협회 같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푸틴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모스콤스바야즈와 LLC인베스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이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가디언의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에 응한 유일한 남성은 "난 문서에 서명할 뿐이다. 때로는 노숙인들이 기업 이사로 등재되기도 하지 않느냐. 난 노숙인이 아니지만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지 않고 서명한다. 만약 내 회사가 더 큰 자산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난 그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