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술자 6명 사망 관련 배후설 제기
핵협상 결렬 위기에 전략 변화…이란은 이스라엘인에 보복 시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핵심 목표를 겨냥한 비밀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 주간 이란의 군사 및 핵 프로그램 관계자 최소 6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의문의 병으로 숨진 아유브 엔테자리는 드론과 미사일, 비행기를 만드는 젊은 항공 우주 과학자였다.
이달 초 역시 병으로 숨진 캄란 아가몰라이는 지하 핵실험을 위한 장소를 찾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진 지질학자였다.
이 외에 2명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문가가 숨졌는데, 이스라엘이 이들의 사망의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된다.
이들의 죽음을 추적한 이스라엘의 독립 정보분석가 로넨 솔로몬은 "이스라엘은 이란 내에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복잡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고위 장교가 살해된 사건도 이스라엘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살해된 장교는 이스라엘인을 목표로 한 해외 공격팀을 이끄는 인물이었다.
WSJ은 이스라엘이 최근 수년간 시리아 등 이란 외부에서 활동하는 이란 요원들을 겨냥한 작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 내부에서 작전을 펼치기로 전략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달 초 의회에서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은 과거처럼 단순히 무기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지도부를 상대로 작전을 펼쳐왔다"며 "이란이 외부 대리자를 활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는 아무 탈 없이 넘어가는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군사 첩보 작전 강화는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 위기에 직면하면서 본격화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란은 최근 자국 내 다양한 핵 관련 시설에서 감시 카메라를 제거했으며, 우라늄 농축을 위해 신형 원심분리기를 도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엔에서도 결국 협상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강화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심대하게 손상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보복의 악순환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 이란은 전 세계의 이스라엘인을 목표로 한 공격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의한 공격 위험이 커짐에 따라 터키에 최고 등급의 여행 경보를 내린 데 이어 지난주에는 터키 내 자국민을 대상으로 집안 경비를 강화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제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데니 시트리노위츠는 "이스라엘의 노력이 전략적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란이 보복할 텐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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