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붕괴로 민심 이반…"기존 정권 심판 선택"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확연하게 왼쪽으로 기울고 있는 중남미 정치 지형 변화의 배경은 팬데믹에 따른 '중산층 붕괴'에서 찾아야 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일 대선에서 처음으로 좌파 후보가 당선된 콜롬비아의 사례를 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중남미 정치와 민심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콜롬비아 유권자들은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62)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200년 넘게 중남미에서 '우파 지킴이' 역할을 했던 콜롬비아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와 마찬가지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미국 경영 자문업체 FTI 컨설팅의 다니엘라 쿠엘라는 로이터통신에 인구 절반가량이 가난한 수준인 콜롬비아에서 경제 불평등과 싸우려는 열망이 들끓고 있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쿠엘라는 "콜롬비아 국민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모른 체하지 않는 정부를 원했다"며 코로나19로 심화한 경제 양극화라는 고질병이 대중의 표심을 자극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WP 역시 "코로나19가 세계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중남미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면서 1년 만에 1천200만명의 중산층을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콜롬비아는 팬데믹 한복판에서 직격탄을 맞은 국가 중 하나다. 장기 봉쇄 속에 2020년 콜롬비아 경제는 6.8% 후퇴했고, 빈곤율은 42.5%로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우파인 이반 두케 정부는 팍팍한 국민 살림살이에는 아랑곳없이 세수 확대에 골몰했는데, 이는 분노에 가득 찬 대중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결국 대선에서도 민심의 균형추는 '안정'보다는 '심판' 쪽에 쏠렸고, 이는 곧장 좌파로의 정권 교체로 이어지게 됐다.
페루 퍼시픽대의 알베르토 베르가라 교수(정치학자)는 "(중남미에서) 선거 때마다 우파는 '좌파 괴물이 오고 있다'며 유권자를 겁주려 했다"며 "그리고 선거 때마다, 그들은 패배했다"고 꼬집었다.
이제 시선은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로 쏠린다.
현재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중인 브라질에서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 룰라 전 대통령까지 승리를 거머쥐면 경제 규모 상위 중남미 주요 국가 모두가 왼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러나 좌파를 택한 중남미 유권자는 자신들의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처럼 급진적 성향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WP는 전했다.
새 지도자들이 남성 중심 리더십과 거리를 둔 채 여성이나 성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약속하는 등 젊은 유권자의 열망에 부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우에 따라선 불치병 환자 등에 대한 안락사나 동성혼 인정 등 과거 가톨릭 전통에서 벗어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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