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결정권 없는 전기위원회…산업부, 조직개편 연구용역 발주

입력 2022-06-22 06:01   수정 2022-06-22 08:27

전기요금 결정권 없는 전기위원회…산업부, 조직개편 연구용역 발주
독립성·전문성 강화 방침…연말까지 연구용역 후 내년 법 개정 추진
전기위는 전기요금 심의만 하고 정부가 결정…금융통화위 모델 등 거론
전기요금 등 에너지 탈정치화 요구 목소리…"5년마다 바뀌는데 투자 못해"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조만간 산하 소속 기관인 전기위원회의 조직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이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전기위원회는 전기요금 조정 및 체제 개편과 전기사업 허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지만, 전기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그 역할이 미미한 편이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물가와 정치적 이유로 억눌러 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내에서는 물론 민간 기업과 학계 등 전반적으로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탈정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기위원회 독립성·전문성 강화…연구용역 발주
22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조만간 전기위원회 조직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해 다양한 조직 개편 방안을 연구하고 내년에 필요한 법 개정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기본방향 속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다양한 조직 개편 방법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성 강화 방식으로는 산업부에서 분리해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기관이 원가주의에 기반해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산업부가 전날 주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전기요금 등의) 가격 결정에 있어서 독립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인력과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처럼 산업부의 소속기관으로 두되 산업부 장관이 가진 전기요금 결정 권한 등을 전기위로 넘기는 방안도 있다.
또 현재 전기위원장은 차관급 예우를 받는데 다른 정부 부처에 휘둘리지 않게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 전기위에 심의 권한 있지만 최종 결정은 정부가
통상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전력[015760]이 조정안을 작성해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또 물가안정법에 따라 산업부가 미리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 협의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위는 심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산업부에 있고 기재부가 협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위 심의 과정에서 전기요금 등 정부 논의사항이 바뀌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1명만이 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 8명은 모두 비상임위원이다.
전기위 조직 자체도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정부 뜻대로 전기요금은 잇따라 동결돼 왔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고 일각에서는 탈원전·선거 등 정치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집단에너지협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전기요금 체계(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와 국가 전력 산업 및 가스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부서간 불통으로 인한 정책 실패가 맞물린 결과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 전기요금 등 '탈정치화' 요구…"정치 휘둘려 투자 못해"
최근 전기요금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는 에너지가 정치적 이슈가 돼서 정부도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탈정치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등 10여개 전기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전기 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도 자제가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탈정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전날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열 가격도 시장 원리에 맞게 제대로 작동해야 에너지 수요 관리 및 효율 향상이 제대로 이뤄진다"며 "에너지 정책이 정치와 이념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정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 설비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는 정책이 어떻게 다시 바뀔지 알 수 없어 우려하고 있다"며 "5년마다 정책이 바뀌는데 어떤 기업이 정부 말만 믿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느냐"고 토로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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