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탈환 노리는 우크라, 공세 앞두고 주민에 피란 독려

입력 2022-06-22 10:06   수정 2022-06-22 17:38

남부 탈환 노리는 우크라, 공세 앞두고 주민에 피란 독려
"인도적 통로 힘들다…크림반도, 제3국 거쳐 피란하라"
우크라군, 흑해 전략요충지 뱀섬에 공습 감행…탈환 시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되찾기 위한 대대적 공세를 예고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현지 주민들에게 안전지대로 피란할 것을 권고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디 떠나달라. 우리 군은 확실히 (러시아군이) 이 땅을 점령한 상황을 되돌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헤르손주(州)와 자포리자 주(州) 남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후 이 지역 주민들에게 우크라이나 화폐 대신 러시아 루블화를 쓰게 하고 러시아 TV와 방송을 송출하는가 하면, 공용문서와 학교 교육 등마저 러시아식으로 바꾸는 등 자국에 병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베레슈크 부총리는 민간인 약 50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헤르손 지역을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임박했다면서 주민들에게 크림반도를 거쳐 우크라이나 영사관이 있는 제3국으로 피란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하게 대치하는 현 상황에선 전선을 넘어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으로 넘어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크림반도를 통하는 경로는) 현재 거의 유일하게 이용 가능한 인도적 통로"라면서 "가능하다면, 특히 자녀가 있다면 (헤르손 지역에서) 나와라"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가 있으면 인도적 통로를 열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마리우폴에서도 어려웠고, 헤르손 지역에선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란민들이 크림반도에서 제3국으로 이동할 방법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기자회견은 남부 탈환을 위한 공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당국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열렸다.
우크라이나를 기습적으로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후 1주일 만에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을 점령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을 탈환할 목적으로 러시아군과 일진일퇴 공방을 이어왔으며, 차츰 전선을 밀어내 최근에는 헤르손시에서 12마일(약 19㎞)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헤르손 시내에 주둔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해 총공세를 편다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군이 본격적으로 반격 태세를 갖추기 전 함락된 까닭에 러시아군의 초토화 공세에 직면해야 했던 우크라이나 여타 도시들과 달리 이번 전쟁에서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해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진다면, 과거 마리우폴 공방전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헤르손 지방정부 당국자는 "도시가 파괴될 거라면 왜 해방하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러시아군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선 현지 주민의 민심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우크라이나 당국의 고민을 키우는 이유다.
러시아군을 상대로 방해공작을 하거나 군사정보를 전달하는 등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돼선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빼앗긴 흑해 전략 요충지 '즈미이니'(뱀) 섬을 되찾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즈미이니 섬에 공습을 감행해 러시아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오전 5시께 우크라이나군이 무인기와 야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섬을 탈환하려 했으나 격퇴됐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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