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에서 기린이 소리 없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키 큰(약 4.3∼5.8m) 포유류인 기린은 아프리카에 11만7천 마리가량만 남아있다.
나미비아에 있는 기린보호재단에 따르면 이는 35년 전과 비교해 40% 가까이 감소한 개체 수다. 아프리카 7개국에서는 아예 기린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린 수 감소의 가장 주된 원인은 서식지 상실에 따른 환경적 압박이다.
기린보호재단의 스테파니 페네시 국장은 지난 300년간 기린 서식지의 90% 가까이 상실됐다면서 농업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같은 인간의 개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린은 흔히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로 꼽히는 코끼리, 사자, 버펄로, 표범, 코뿔소 등 '빅 파이브'(Big Five)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 평원에서 키가 크고 날씬한 다리를 가진 기린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아이콘이다.
그런데도 멸종위기에 처한 코뿔소나 코끼리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코뿔소와 코끼리의 밀렵 실태는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의 인식 개선 캠페인 덕에 조명을 받았다.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 한 마리꼴로 코끼리 수는 서너 마리가 되는데도 기린은 상대적으로 스타들의 덕을 보지 못했다.
페네시 국장은 사람들이 기린의 급격한 감소에 주목하지 못하는 이유로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 같은 사파리 관광명소 등에 가면 늘 기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프리카 어디서나 기린이 번식하고 있다고 추정해버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린이 침묵 속에 멸종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재단 측은 6월 21일을 '세계 기린의 날'로 지정했다.
아프리카 17개국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활동하는 기린보호재단은 정부와 지역 공동체와 더불어 한때 기린이 번성했던 곳에 기린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간다의 경우 사회적 소요 때문에 희귀 아종인 누비아기린의 씨가 말라 250마리로 급감했다. 그러나 재단 측이 기린 개체군 세 곳의 장소를 옮긴 데 따라 그 수가 1천650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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