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각 실패하면 1년만에 네번째 총선 치러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키릴 페트코프 총리 주도의 불가리아 내각이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 논란 속에 출범 6개월 만에 의회의 불신임으로 무너졌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의회는 이날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123표, 반대 116표로 가결 처리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인 유럽발전시민당(GERB)은 지난주 재정 관리 및 경제 정책 실패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 못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후 정부의 예산 집행과 북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 가입 시도 차단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 연정에 참여했던 포퓰리스트 정당 '이런 사람들당'(There Is Such A People·ITN)이 지지를 철회했다.
현재 원내 제1당인 '우리는 변화를 계속한다'(We Continue the Change·PP) 대표인 페트코프 총리측 의석은 전체 240석 중 109석에 불과하다.
페트코프 총리는 "이번 투표는 긴 여정 속의 작은 걸음에 불과하다. 이것이 불가리아 국민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불가리아가 마피아 없는 정상적인 유럽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2개월 안에 페트코프 총리가 과반 의석을 다시 확보해 정부를 꾸리는 데 실패하고, 원내 제2, 제3 정당의 조각 시도도 불발하면 불가리아는 1년여 만에 4번째 총선을 치러야 한다.
지난해 4월과 7월 총선 이후에는 원내 6개 정당이 모두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 치러진 3번째 총선에서는 창당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페트코프 총리의 중도 연합 정당 PP가 제1당이 되고, 12월에 연정을 출범시켰다.
불가리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총선에서 반부패를 기치로 내걸고 파란을 일으킨 하버드대 출신의 페트코프 총리는 집권 후 친 유럽연합(EU), 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변도의 정책을 폈다.
이런 가운데 내각 붕괴로 수백만 유로의 EU 경기 회복기금 수혜, 2024년 유로화 도입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를 거부한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가운데 안정적인 연료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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