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제조업 '부활'…"비결은 정부 지원·자동화"

입력 2022-06-23 13:58  

싱가포르 제조업 '부활'…"비결은 정부 지원·자동화"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아시아 금융허브인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이례적으로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7%에서 2013년 18%로 8년간 계속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2020년 21%, 2021년 22%로 상승세다.
1965년 독립 이후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열대 섬 국가인 싱가포르는 성냥, 낚시바늘에서 포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드라이브를 지속해왔다.
이주노동에 의존하면서까지 제조업을 고수해왔던 싱가포르는 기를 쓰고도 한계에 달하자 아시아 금융허브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제조업을 되찾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싱가포르의 제조업 '마력(mojo)'을 짚었다.



실제 글로벌 제조업체의 싱가포르 행(行)과 추가 투자가 눈에 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새 공장을 지을 장소로 싱가포르를 택했다. 독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실트로닉스, 대만 파운드리 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비결은 바로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동화에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국적 기업 지원을 위해 세금 감면, 연구 파트너십, 노동자 교육 보조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의 우수한 인재 풀과 연구기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이유로 전기차용 생산센터 건설 방침을 밝혔다.
이에 헹 스위 킷 싱가포르 부총리는 "현대차 공장은 작은 면적의 토지와 적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싱가포르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제조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화답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로봇 사용 등으로 생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자동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일터와 일상생활에서는 로봇 사용이 널리 퍼져 있다.
건설현장은 물론 공장, 음식점, 도서관에서 책장 스캔하는 일까지 로봇이 사람을 대체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일자리 중 제조업 비중은 2013년 15.5%에서 2021년 12.3%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제조업 종사자 수는 8년 연속 감소했다.
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높아지면서도 제조업 인구는 줄고 있는 셈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직원 1명당 공장 로봇 숫자가 한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다만 싱가포르는 오랫 동안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제조업 종사자가 줄었어도 자국민 고용에 타격은 없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지난 10여년 간 싱가포르의 실업률은 2%대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제조업 종사자는 줄고 있다. 싱가포르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작년 12월 기준 20만7천명으로 2013년의 28만1천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롤스로이스의 동남아시아·태평양·한국 담당 사장인 비키 반구는 "싱가포르는 자본·기술집약적이지만 노동집약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 백신 제조업체인 바이오엔텍은 작년 5월 인재가 많고 사업 환경이 좋은 싱가포르에 연간 수 억 개의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위한 새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10X지노믹스는 싱가포르의 인재 풀과 제조 전문 지식을 높이 평가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인력 차질에도 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 자동화가 글로벌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고 짚었다.
싱가포르는 저가 제조업 대신 반도체 칩, 항공 전자 기기 등 고가의 첨단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중국, 독일, 한국에 이어 세계 제 4위의 첨단제품 수출국이다.
WSJ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은 싱가포르의 제조업 성공 비결로 낮은 세금에 영어 구사 가능한 과학·공학·수학 전공 인력과 제조 관리자가 충분하다는 점을 꼽는다.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에 있어 원자재는 물론 관련 중간재를 쉽게 구입할 수 있을뿐더러 많은 국가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점도 유리한 여건으로 꼽힌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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