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22일(현지시간) 새벽 지진이 강타한 아프가니스탄 동남부 파크티카주의 한 시골마을이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돌무더기에서 부상자를 겨우 구해낸 마을 청년들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합니다.
이 지역은 무너진 집을 파헤칠 도구 하나 제대로 없는 가난한 시골입니다.
한밤중 예고없이 찾아온 지진으로 오손도손 살림을 꾸리던 집은 그야말로 돌무더기 폐허로 변했습니다.
아프간의 시골 가옥은 대부분 흙벽돌로 얼기설기 지어져 강진을 견딜 수 없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은 아프간에서도 유독 가난한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날이 밝았지만 손으로 땅을 파고 또 파는 것 외에는 살아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2천여 채의 주택이 무너지고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주민이 무너진 주택에 깔린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구조가 시급하지만 작년 8월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 정권은 긴급구조 역량이 없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수색·구조 지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절망 속에 아이도 노인도 모두 넋이 나갔습니다. 슬픔도, 분노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표정입니다. 수십 년에 걸친 내전으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아프간에 왜 또 이런 불행이 닥쳤을까요.
운 좋게 구조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집니다. 아프간 국영 바흐타르 통신에 따르면 부상자는 최소 1천500명 이상입니다.
어린이도 많습니다. 한밤중 천청벽력에 놀란 가슴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어린아이는 유독 슬픈 표정입니다. 왜 병원에 왔는지도 모를 나이지만 병원 전체를 억누르고 있는 참혹한 분위기는 고스란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웃을 걱정하는 주민들은 헌혈하겠다고 병원 앞에 길게 줄을 섰습니다. 비통한 표정으로 대화도 없이 헌혈소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조는 밤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조대원과 주민들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해보려고 무너진 집터 구석을 살펴봅니다.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유엔은 현지 수색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구조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의 긴급지원으로 부상자라를 한 사람이라도 더 구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