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도 4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번 주 들어 이날까지 총 14.5원 상승했다.
환율은 전장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출발한 지 약 10분 만에 1,300원을 뚫었고, 그로부터 약 20분 뒤 1,302.7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날(고가 기준 1,297.9원)에 이어 이틀 연속 장중 연고점을 경신한 것으로, 2009년 7월 14일 고가(1,303.0원)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이후 고점 부담과 국내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1,296.6원까지 내렸다. 실제로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온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외환시장이 개장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에 연동돼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갔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가속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커지며 원화 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의 역송금이 꾸준히 나오며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데다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200원선을 내어준 지 얼마 안 돼 1,300원선까지 뚫렸다. 단기적으로는 이달 말까지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을 최소화하겠다"면서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해 당국의 개입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을 키울 수 있었다.
시장은 추 부총리가 사용한 '정책적 노력'이라는 표현을 기존의 구두 개입성 발언보다 한층 강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의 물가 전가율(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 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은 0.06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0.06%포인트 오른다는 의미다.
이날 환율은 1년 전(종가 기준 1,137.7원)과 비교했을 때 약 14% 오른 수준이다.
오후 3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8.16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51.06원)에서 7.10원 올랐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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