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건강 위험했지만 몰타서 수술 못해…배우자 "죽음의 위험에 빠뜨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낙태를 금지하는 몰타에 간 미국 임신부가 현지에서 심각한 자궁 출혈을 겪었으나 시술을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다 결국 스페인으로 넘어가 치료를 받았다고 AFP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신 16주 차인 안드레아 프루덴테(38)는 남편 제이 윌드레이어(45)와 지난 5일 휴가차 몰타를 방문했으나 약 일주일 뒤 심한 자궁 출혈을 겪었다.
이후 양수가 터졌고, 초음파에서 그녀의 자궁과 태아를 연결하는 기관인 태반이 일부 분리된 게 확인됐다.
이틀 뒤에는 양수가 남아있지 않았고, 태아는 아직 심장박동이 감지됐지만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의사는 진단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태아의 심장이 완전히 멈추거나 그녀가 자연스럽게 유산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녀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염증이 생겨야만 개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몰타에서 낙태를 동반한 시술을 받지 못해 위험천만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소식은 몰타는 물론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부부는 지난 23일 낙태를 허용하는 스페인의 마요르카섬으로 의무 이송됐다.
윌드레이어는 AFP에 "스페인에 무사히 도착해 안드레아는 이제 안전하게 몰타에서 거부당한 의료 서비스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도와 함께 우리 아기를 잃은 슬픔이 거대한 파도처럼 갑작스럽게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은 특히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하면서 더 주목받았다.
윌드레이어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몰타와 같은 법을 시행하는 국가는 여성을 고통을 겪다가 죽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면 무고한 여성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몰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일하게 낙태를 완전히 금지한다.
낙태 시술을 하는 여성은 최대 징역 3년형을, 의사는 최대 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반면 스페인은 임신 14주 차까지 낙태가 가능하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면 22주 차까지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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