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공항 인프라·악천후 등 겹악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강진으로 심각한 인명·재난 피해가 발생했지만, 국제사회의 구호 작업은 여러 악재로 인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잃은 피해 주민은 노천에서 배고픔에 떨며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25일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는 지진 피해 지역에 속속 지원팀과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고, 한국, 파키스탄, 이란, 카타르, 일본 등 여러 나라도 구호금과 물자 지원에 가세했다.
하지만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구호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지난해 8월 집권한 탈레반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구호기관 등은 현지로 원활하게 지원 자금을 보낼 수 없다. 탈레반 정부에 직접 현금을 전달할 수 없기에 지원을 원하는 이들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다른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또 탈레반 집권 후 국제구호기구의 현지 활동도 크게 위축된 데다 이미 아프간을 떠난 일부 기구의 경우 이번 지진에도 불구하고 현지 활동 재개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인력과 장비가 유입돼야 하는 카불 국제공항 등은 과거 수준으로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이전부터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탓에 의료 인프라 등 구호 활동을 뒷받침할 만한 시설과 공급망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와중에 피해 현장에서는 때때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고 있어 구호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퍼트리샤 매클리어비 재난자선센터 대표는 아프간에는 단순히 한 가지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며 "여러 문제가 겹겹이 쌓여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 현장의 주민 고충도 심각한 상태다.
AFP통신은 강진 발생 후 3일간 수천 명이 음식, 물, 대피처가 거의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집이 부서진 라킴 잔은 "천막 그리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밀가루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 뒤면 이곳에 겨울이 닥친다"며 "그들(구호기관 등)이 지붕과 집을 고쳐줄 수 있다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둘 카하르 발키 외교부 대변인 등 탈레반 정부 관계자들은 "지원이 매우 큰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지원을 요청했다는 점 자체는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구호기관 '다이렉트 릴리프'의 대니얼 호비 긴급 대응팀장은 AP통신에 "탈레반이 외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들은 이전에는 서양 비정부기구(NGO)와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일부 문호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오전 1시24분 아프간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 파크티카주에서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은 이 강진으로 1천150명 이상이 숨지고 가옥 1만채가 부분 파손 또는 전파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당국은 생존자 수색 작업을 공식 종료하고 부상자와 피해 주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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