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존중한다더니…美대법관 배신에 인준 찬성한 의원들 분노

입력 2022-06-26 05:48  

낙태권 존중한다더니…美대법관 배신에 인준 찬성한 의원들 분노
美상원서 '로 대 웨이드' 유지 약속했던 캐버노·고서치 대법관 입장 뒤집어
인준 통과에 결정적 역할한 중도파 콜린스·맨친 상원의원 '배신감'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에 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데 대해 미 의회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상원 인준 과정에서 기존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대법관 지명자들에게 '속아' 이들에게 찬성표를 던졌던 중도 성향 의원들은 배신감마저 토로한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는 인준안 통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2018년 8월 21일 공화당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을 찾아가 2시간 동안 면담했다.
중도파인 콜린스 의원의 찬성표가 절실했던 캐버노 당시 후보자는 '어떻게 당신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는 압박성 질문에 자신은 결코 이 판결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콜린스 의원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캐버노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은 45년이나 된 것으로 여러 번 재확인됐고, 많은 사람이 매우 아끼는 결정"이라면서 "나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법관이 아니다. 나는 안정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돌린 콜린스 의원은 몇 주 뒤 캐버노의 약속을 언급하면서 그를 공개 지지, 인준안 통과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랬던 캐버노 대법관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앞장선 데 대해 콜린스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난 속은 기분"이라며 캐버노가 인준 직전에 한 발언과 전날 결정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콜린스 의원은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이 나라에 정치적 혼돈과 분노, 정부에 대한 추가적 신뢰 약화를 불러올 수 있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캐버노 인준에 찬성했던 중도파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캐버노에 앞서 2017년 인준 과정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할 것처럼 발언했던 닐 고서치 대법관에 대해서도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맨친 의원은 "난 고서치 대법관과 캐버노 대법관이 (상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확립된 법적 판례라고 믿는다고 증언했을 때 그들을 믿었다"면서 "그들이 지난 두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안정을 제공한 판결을 거부하기로 선택한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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