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서 낙태시술 받으러 온 사람들 보호하는 법률·행정명령 도입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주(州) 정부들은 잇따라 낙태 시술을 보호하는 조치를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낙태를 시술하거나 도와준 사람, 낙태 시술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다른 주가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방어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25일(현지시간) 낙태가 불법인 주에서 출산 관련 의료 서비스를 받으러 미네소타로 오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미 대법원은 24일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주리 등 일부 주는 이 판결 직후 낙태를 불법으로 선언했고, 켄터키·루이지애나·사우스다코타 등 몇몇 주는 대법원의 폐기 판결에 따라 자동적으로 낙태를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트리거 금지 조항'을 시행 중이다.
월즈 주지사는 이런 주로부터 낙태를 위해 미네소타로 온 사람들을 법적 권한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즉시 발효된 행정명령은 또 미네소타 주민들이 낙태를 포함한 합법적 출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게 보호하도록 주 정부기관들이 작업하라고 지시했다.
월즈 주지사는 "주지사실은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출산의 자유를 뒤집으려는 법률에 대한 방화벽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워싱턴주가 출산 관련 선택에 대한 '피난처 주'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그러면서 조만간 발령할 행정명령을 통해 주 경찰이 낙태 시술을 받으러 워싱턴주로 온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다른 주가 제기한 어떤 인도 요청도 따르지 말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 헌법을 개정해 낙태권을 헌법 수정조항으로 법조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낙태를 받으러 올 환자들의 유입에 대비해 주 전역의 출산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한 100만달러(약 12억9천만원) 규모의 착수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주지사들은 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폐기 결정 뒤 낙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나 법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인 24일 캘리포니아에서 낙태권을 강화하는 법률인 AB1666에 서명했다.
이 법률은 낙태 시술을 하거나 이를 도와준 사람, 낙태 시술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다른 주에서 제기할 잠재적 민사 소송에 대해 보호막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캘리포니아 주민뿐 아니라 다른 주에서 낙태 서비스를 받으러 온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뉴섬 주지사는 "남성이 아이를 낳아야 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나라에서 여성은 이등시민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 레티샤 뉴욕주 법무장관은 "뉴욕은 낙태를 찾는 누구에게라도 안전한 대피처가 될 것"이라며 원정 낙태 지원 입장을 밝혔고,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낙태권 유지를 위해 죽기살기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보험사가 낙태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