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탄력세율 30→50% 찬성…정부 "국회 결정 사항"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휘발유와 경유 등 각종 유류에 적용하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유가로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 상황에서 유류세를 50%까지 인하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여야가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부도 딱히 반대 의사가 없지만, 문제는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국회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배준영 등 국민의힘 의원 13명이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은 경기 조절과 유류 가격 조정 등 필요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고 있다.
이때 법상 규정된 조정 한도인 30%를 5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50%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배 의원의 법 개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론 법안 성격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 위원장은 최근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의사를 밝히면서 "배 의원의 대표 발의로 특위 위원들이 중심이 돼 법안을 공동 발의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유류세 인하 폭을 법상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했는데 그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정부가 탄력세율을 키울 수 있도록 추가 입법해서 50% 정도까지 해야 기름값을 1천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탄력세율에 대한 위임 범위는 경기 조절과 유가 변동에 따른 지원 등 탄력세율의 운용 취지를 고려해 국회 논의로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정당국인 기재부 내에서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탄력세율 범위 확대를 반기는 시각과 유류세를 50%까지 낮출 때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교차한다.
유류세 탄력세율 위임 범위를 50%까지 확대하고 이를 한도까지 즉시 적용할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현재 리터(L) 당 516원에서 368원으로 148원 더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시행 전 L당 820원과 비교하면 452원이 내려가는 셈이다.
정부는 원래 휘발유 L당 820원의 유류세를 설정해 운영했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오르자 11월부터 유류세율을 20% 인하했고,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자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한도인 30%까지 끌어 올렸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럽의 제재로 최근 유가가 더 오르자 정부는 유류세 기준 세율을 기존 높은 세율에서 일반 세율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L당 820원 기준으로 보면 37%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쓴 단계다.
지금처럼 높은 세율이 아닌 일반 세율을 그대로 쓰면서 탄력세율 인하 폭 50%를 최대로 쓰면 L당 820원 대비 유류세는 55% 낮아지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민의 고유가 부담을 경감하고자 다른 나라도 유류세 경감 조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의회에 향후 3개월간 연방 유류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선 이런 논의를 해야 할 국회가 공전하는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두고 여야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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