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온 40도 육박…전력예비율 5% 밑 예상…"냉방하면서 절전"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27∼28일 연이틀 전력 수급 주의보가 발령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7일 오후 수도 도쿄 일대의 전력예비율이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가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산성은 28일에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도쿄전력 관내에서 전력수급 주의보를 계속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 관내는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1도 8현이 해당한다.
주의보는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경산성은 전력회사가 화력발전의 출력을 늘리는 등 전력 공급 능력을 확대하기로 했으나 전력 수급 상황이 예단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온 상승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해 전원(電源) 트러블 등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전력예비율이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필요한 최소 기준인 3%를 밑돌고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절전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열사병 위험을 고려해 적절하게 냉방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산성은 점심시간 직후까지는 전력 수급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 더운 시간대에는 적절하게 냉방을 하되 오후 3∼6시에는 냉방을 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조명을 끄는 등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절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진 이유 중 하나는 이른 더위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치기현 사노시에서는 이날 오후 기온이 39.8도까지 치솟으며 일본 전국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도쿄 도심도 이날 오후 35.1도까지 올라가는 등 사흘 연속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더위를 식혀 줄 장마는 기록적으로 짧게, 빨리 끝나버렸다.
일본 기상청은 도쿄와 사이타마·군마·나가노·야마나시·가나가와·지바·이바라키·도치기현 등 이른바 간토고신 지방의 장마가 27일 무렵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이 지역의 장마는 이달 6일 시작됐으며 장마 기간은 이달 26일까지 21일에 불과했다.
기상 관측기록이 제공되는 1951년 이후 간토고신의 장마가 가장 빨리 끝난 것이며 장마 기간도 가장 짧았다.
평년을 기준으로 하면 간토고신의 장마는 6월 7일에 시작해 7월 19일쯤에 끝난다.
기상청은 "이제부터 연간 가장 더운 시기에 들어간다"며 "더위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열사병의 위험이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소방청은 25∼26일 이틀간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200명 이상 구급 이송했다.
미에현 도바시에서는 25일 9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력 부족의 다른 원인으로는 원전 가동률 저하를 꼽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기준 일본의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 그쳤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전체 전력의 약 30%를 원전이 담당했으나 사고 여파 등으로 대폭 축소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0월 각의 결정한 에너지 기본계획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해 탈탄소화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는 가운데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저감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2030회계연도(2030년 4월∼2031년 3월) 기준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겨울철 전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를 절약하면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절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정에 2천엔(약 1만9천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24일 발표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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