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이후 중러 관계는 서방에 맞선 단결로 정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래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서방에 맞선 단결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MERICS는 지난 16일 '중국과 러시아 : 반대로 연합' 보고서를 통해 1993년부터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공동 성명을 분석한 결과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래 양국은 글로벌 이슈를 중심에 놓았고 미국과 서방이 지배하는 현상 유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키워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구소련의 붕괴에 영향을 받은 권위적인 독재자(strongman)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러 공동 성명에서 미국은 2014년에서야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2월 성명에는 미국이 역대 가장 많은 9번 등장하며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협으로 지목됐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양국 성명에 등장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았을 때 나온 해당 성명은 "중·러 우정에 한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러 성명에서 '반대한다'는 단어가 2012년에는 7회 등장했으나 올해는 22회로 늘어난 것에 주목했으며, 반대의 대상은 테러리즘, 일방주의, 전복, 내정과 인권 문제에 대한 간섭 등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더 같은 위협 인식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며 "그들은 동일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이 어떻게 다스려져야 하는지에 대해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 집권 후 양국 간 '협력'에 대한 언급은 2019년에 정점을 이뤘는데 사이버공간, 우주공간, 북극과 인권 등과 같은 '지정학적 한계 분야'에 대한 협력 거론이 증가했다.
반면, 장쩌민(1993∼2003년 집권)과 후진타오(2003∼2013년 집권) 집권 시 나온 중·러 공동성명은 각각 선린주의와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볼 때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양국 간 정치·경제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명백한 지정학적 파장이 있는 글로벌 관점 채택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모든 변화는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이뤄졌다"며 "시 주석의 러시아 정책의 중심 목표는 힘을 합치고 미국과 그 동맹에 반대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서사, 개념, 이익에 따라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얼마만큼 개인의 역동성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시 주석 아래에서 뭉쳤고 그들의 관계는 미국과 서방에 대한 반대로 계속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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